2013. 8. 2. 02:10ㆍUI 가벼운 이야기
피엑스디 블로그에서는 Lean UX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간단하게 취지를 설명드리려고 합니다.
UI에서 UX로
1995-2002년까지 7년간 HCI/UI를 공부하고 또 삼성전자에서 Usability Test Lab을 운영하면서, 처음엔 너무 재미있었는데 나중에는 기존의 접근 방법에 대한 심각한 회의가 들었습니다. Usability Test 중심의 UI 방법론을 사용하다보면, 모든 인간은 동일한 능력과 관심을 갖는 기계로 치환이 되고, 모든 제품에는 가장 최선의 UI 가 존재하는 것일 것 같은 생각의 프레임에 갖히게 되는 듯 했습니다. 공학적, 과학적으로 접근하다 보니, 단 하나의 유일한 최적해가 존재할 것 같은 생각을 한 거죠. 이런 식의 접근으로는 무언가 새로운 것을 못 만들겠다, 내가 원했던 것은 이런 것이 아니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일을 그만두려고 했습니다.
그 때 알게되었던 것이 Persona(Goal Directed Design)와 Contextual Design이었습니다. 그 때 무언가 확 들어오는 감정이 있었죠. 책들을 읽고, Cooper가 개최하는 워크샵 프로그램을 1회 졸업생으로 듣고, InContext가 주최하는 워크샵 프로그램을 역시 첫 회에 참가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피엑스디를 설립했습니다. 그래서 피엑스디의 당시 슬로건은 '정량적 UT 중심이 아니라 정성적 사용자 관찰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제품의 혁신적 전략을 발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저만 그런 고민을 한 것이 아니라, 많은 미국 전문가들은 저보다 조금 먼저, 즉 90년대 초중반부터 똑같은 고민을 한 것이었습니다. UI의 한계를 느낀 거죠.
그래서 1990년대 후반에 이에 관련한 이론이 쏟아져 나온 겁니다. 저는 자연스럽게 그 시기에 이러한 이론들을 한꺼번에 배우게 된 것이고요. http://story.pxd.co.kr/567
노먼(경험), 쿠퍼(Goal Directed Design), 홀츠블랫(Contextual Design), IDEO(Design Thinking), 파인(경험 경제) 등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동시대에 같은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대량생산/대량소비의 생산자 주도 사회에서, 일부 선진국들이 급격하게 새로운 소비자 주도의 사회로 접어들었기 때문일 거다. 그래서 많은 회사들이 양적 사고보다 질적 사고, 보편적 인간에 대한 분석 도구보다 주관적 인간에 대한 공감 도구, 통계적 신뢰성보다 전략적 타당성에 의한 의사 결정으로 관심이 옮겨간 것 같다. 그래서 UI와 UX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사용자를 바라보는 '사고 방식의 차이'라고 생각한다.사람들은 자꾸 UI와 UX의 차이를 이야기할 때, I와 X의 차이에 주목하는데, 진짜 중요한 건, UI에서의 User와 UX에서의 User가 서로 다른 인간을 말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용자를 바라보는 사고 방식의 차이, 태도의 차이라는 거죠. 주관적 인간에 대한 '공감'이 핵심이 되면 이제 더 이상 과학적, 통계적인 방법에 의한 최적의 유일해 따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전략적인 타겟팅(Persona & Context)에 의한 개성있는 제품을 통해 혁신이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UI-UX의 차이는, 인간을 바라보는 사고 방식의 차이이다. 질적 사고, 공감 도구, 전략적 타당성이 중요하다. 흔히 사람들은 UI와 UX의 차이에서 I와 X의 차이만 생각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U와 U의 차이다. 사용자를 바라보는 사고 방식의 차이가 UX를 만들었다.UI에서 U가 보편적 인간을 모델로 한 분석 대상이었다면, UX에서 U는 주관적 인간을 모델로 한 공감 대상이기 때문이다.이렇게 UI와 UX의 차이점에 대해 수많은 사람들이 업무의 범위나 적용 대상의 차이에 주목할 때, 저는 인간을 대하는 사고 방식의 차이가 가장 핵심적인 차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from (쉽게 쓴) UX란? 그리고 UI와 UX의 차이
흔히 UX를 부정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거의 동일합니다. 사용자(User)? 아는 단어군. 경험(eXperience)? 아는 단어군. 흠 그럼 뭐야, UX는 내가 이미 아는 거잖아! 그런데 뭐야, UI 하고 다른 점이 없잖아! 이런 식이죠. (사실 UI나 HCI가 나타났을 때도 그랬고요.) 왜 UI와 UX가 다른 점이 없어 보일까? 그건 당신이 UX가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서 한 번도 UX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찾아서 공부해 본 적 없잖아! 그러니까 모르는게 당연하지. UX가 무엇인지 모르니까 UI하고 차이도 없는 것 같고.(저 자신도 2년전까지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제가 느낀 것이 UX였다는 점을 못 깨달았던 것이죠)
글에서 언급하듯이 UI 라는 글자와 UX라는 글자만 들여다봐서는 밤새도록 봐도 차이점을 찾기 힘듭니다. 잘 해 봐야 많은 사람들이 언급하는 업무 범위나 적용 대상의 차이 정도를 끄적거려 볼 수 있겠지만, 그건 너무나도 무너지기 쉬운 모래성 같은 경계라서 만드는 사람이나 무너뜨리는 사람이나 시시하기 짝이 없죠.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역사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 차이가 너무 쉽게, 그리고 극명하게 보입니다. 왜 반드시, 필연적으로 UX라는 개념이 나타날 수 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왜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이, 그런 개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는지. 시대가 변했기 때문에 UX가 나타난 것이지, 사람들이 UX라는 걸 발명한 것이 아닙니다.
이렇게 저는 꽤 만족스러운 10년을 보냈습니다. 많은 혁신을 이끌어 냈다고 자족하고 있고요.
UX 그리고 Lean UX
그런데 환경이 변하면 인간의 사고가 변하는 거라고 봅니다.
지난 10년간 계속해서 이 UX 프로세스를 하면서, 처음에는 자신있고 재미있었는데, 요즘은 갈수록 자신이 없어지고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한계를 저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많은 전문가들이 느끼는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대기업의 신사업이나 스타트업이 망하는 걸 반복 관찰하다보면 나오는 자연스러운 생각인 거죠.
Lean UX의 등장은 세 가지 점에서 기존 UX의 등장과 유사하다고 봅니다.
1. 기존 방식의 반복적인 실패 (혁신이 많이 이루어진 도메인은 추가적인 혁신이 어려움)
2. 완전히 다른 유통 방식의 등장 (하드웨어->패키지 소프트웨어->지속적 배포 만연)
3. 비슷한 아이디어가 다른 사람들에 의해 계속 나옴 (Agile, Lean ..)
물론 아닐 수도 있죠. 제가 한 번 맞췄다고 이번에도 맞으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그런데 제 경험에는... 설령 Lean이 아니라도 무언가 돌파구가 없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던 중, 2011년 처음 Michael Shilman을 통해서 LeanUX를 접했을 때, 그 필요성에는 동의했지만, 대기업과의 프로세스에 적용은 힘들거라고 예단했습니다. 물론 그 사이 Agile한 개발 방법론이 대기업 고객들에게도 관심을 갖게 되어서 어쩔 수 없이 적용해보려고 Agile Persona를 만들어 보기도 했지만, 일반적으로 대기업에는 힘들 거라는 생각을 막연히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조짐들이 계속 있었고, 저희도 대응하려고 노력하고 있었습니다만,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습니다.
참고: 2011/04/22 - Agile과 UCD (User Centered Design)
그래도 무언가 항상 새로운, 혁신적인 UI를 설계하고 나면, 과연 최종 소비자들이 이걸 좋아할까?하는 불안감은 여전했죠. 혁신성이 크면 클수록 고객은 좋아했지만, 불안감은 더 커졌습니다. 하지만 기존 방법론의 답답함이 지속되자 어쩔 수 없이, 2012년에 OOOO 프로젝트하면서 이러한 MVP+지속적 배포 방식을 해 보려고 했는데 역시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또 올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면서 이 방식을 적용해 보려고 하다가, 정말 이렇게 해서 성공한 분을 만나게 된 계기로 진지하게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죠.
마침 Cooper 저널 5월 17일자에서는, 쿠퍼의 디자이너들이 Lean을 공부하고 있다면서 관련 서적 저자들과 인터뷰한 기사를 실었습니다. 그리고 뭔가 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는지, 7월 8일자 최신호에서는, 한 스타트업을 꼬셔서 거기랑 같이 Lean UX 프로세스를 진행해 보았다고 하네요.
저희도 우선 블로깅부터 시작합니다. 처음에 한상택 소장의 Lean UX Lab. 창립 선언문(!) ㅎㅎ 부터 시작해서, 그 다음에는 제일 기초적인 린스타트업, 러닝 린 등의 책 소개 블로그가 나가고, 또 린 용어 정리 블로그 포스팅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린 UX 관련한 책 몇 권을 추가로 주문했고, 온라인 교육도 받을 예정입니다.
스타트업과 함께하는 Lean UX 체험(?) 혹은 Lean UX 평가 도구 만들기가 진행 중이고요. 티칭 세션 및 린 컨설팅도 준비 중이고... 관련 스터디 모임에도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에 처음 Lean이 소개된 것이 2011년 7월 이었는데요... http://story.pxd.co.kr/444
그간 송영일 선임이 다녀온 UX Intensive 2012에서도 Lean 얘기가 있었고, http://story.pxd.co.kr/521
위승용 선임이 다녀온 UI 17 2012에서도 LeanUX 얘기가 있었죠. http://story.pxd.co.kr/662
뭔가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질 때가 된 것 같군요.
[참고]
Lean UX? by ux1
Why Lean UX? by Jeff Gothelf on UIE
[참고##Lean U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