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터 - 2.응용편
2013. 12. 20. 00:48ㆍUX 가벼운 이야기
최근 여러 트렌드 보고서나 뉴스기사 등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3D 프린터'입니다. 하지만 이제 막 대중화의 길이 시작되어서 실제 접하고 느끼기에는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원리나 사용 방법, 활용 분야, 관련 산업 등 3D 프린터 전반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몇몇 도서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인터넷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서 전체적인 내용을 찾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와 근미래, 3D 프린터의 가능성은 과연 어디까지 일까요? 이번에 기회를 내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3D 프린터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합니다.
3D 프린터 - 1.기초편
3D 프린터 - 2.응용편
3D 프린터 - 3.실전편
현재와 근미래, 3D 프린터의 가능성은 과연 어디까지 일까요? 이번에 기회를 내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3D 프린터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합니다.
3D 프린터 - 1.기초편
3D 프린터 - 2.응용편
3D 프린터 - 3.실전편
이번 편에서는 쓰리디 프린터가 실제로 활용되고 있는 분야를 사례 위주로 살펴보면서, 쓰리디 프린터가 가진 잠재력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목차
1. 쓰리디 프린터의 활용 분야
1) 자동차/항공 분야
산업용 쓰리디 프린터는 오래 전부터 자동차와 항공 회사에서 시제품(Prototyping)을 만드는 데 활용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Rapid Prototyping[신속조형]을 의미하는 RP가 쓰리디 프린팅의 동의어로 사용되기도 하며, 이런 용도의 쓰리디 프린터는 RP 머신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요즘은 쓰리디 프린팅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시제품이 아닌 실제 부품이나 제품을 생산하는 데 쓰리디 프린터를 활용한다고 합니다. 비행기 제작업체인 보잉(Boeing) 사는 이미 300여개의 부품을 쓰리디 프린터를 이용해 생산하고 있으며, 포드(Ford) 사는 실린더를 쓰리디 프린터로 제작했습니다.
캐나다의 콜이콜로직(Korecologic)는 미국 스트라타시스 사와 협력하여 세계 최초로 차량 전체를 쓰리디 프린팅한 플라스틱 하이브리드카 Urbee 2를 생산해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쓰리디 프린팅은 제품 제작 기간을 줄여주었을 뿐 아니라, Urbee의 공기역학적 차체 외관을 디자인한 그대로 생산하는데 큰 역할을 해냈다고 합니다. 스트라타시스에 따르면, 결국 문제는 예산(budget)이며, 예산만 충분하다면 비행기도 쓰리디프린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네요.
*참고 링크
- 3d printing industry, <The Urbee – Heading into Production>
- zdnet, <3D프린팅 자동차 ‘어비’...연비 123km까지>
2) 우주 분야
NASA는 올해 9월, 내년 가을 우주선에 쓰리디 프린터를 실을 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기존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항상 여분의 부품을 챙겨야 했지만 쓰리디 프린터가 있다면 필요한 부품을 즉석에서 바로 프린팅할 수 있겠죠. 이를 통해 우주선 내부의 공간 절약 문제 뿐만 아니라, 필요한 부품을 적시에 만들어 내 우주비행사의 안전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문제는 쓰리디프린터가 우주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지의 여부입니다. 이를 위해 실리콘 밸리의 벤처기업 '메이드 인 스페이스'에 의뢰해 무중력 상태에서도 작동하는 쓰리디 프린터를 연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NASA는 여기서 더 나아가, 3D 프린터와 로봇을 이용해 우주 공간에서 대형 안테나와 태양광 발전기를 조립하는 기술을 2020년까지 개발한다는 계획도 발표했습니다.
출처 : Madeinspace
*참고링크
- 조선비즈, NASA 우주선에 3D 프린터 싣고 간다…보급품 즉석 제작
3) 의료 분야
현재 쓰리디 프린터가 활용될 수 있는 가장 유망한 분야는 의료 분야가 아닐까 싶습니다. 쓰리디 프린팅의 특징인 개인화/맞춤화의 효과가 가장 빛을 발하는 분야이기 때문이지요.
- 장기(Organ) 프린팅
2011년 3월, 안소니 아탈라(Anthony Atala) 박사는 TED를 통해 신장(Kidney)을 프린팅하는 방법을 소개해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킵니다. 환자의 CT 스캔 데이터를 기반으로, 조직 세포를 재료로 하여 쓰리디프린팅한 것이죠. 7시간 정도면 아래 사진과 같은 신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합니다. 아탈라 박사는 "90%의 환자가 장기가 없어 이식 수술을 못하고 있다. 그들은 매일 죽어가고 있다"(90% of the patients on the transplant list are actually waiting for a kidney. Patients are dying every day because we don’t have enough of those organs to go around.)라고 합니다. 아직 임상적으로 활용하기까지는 가야할 길이 멀지만, 이와 같은 기술이 계속 발전하면 쓰리디 프린터가 생명을 살리는 기술이 될 것입니다. 출처 : Anthony Atala TED talks
참고로, 이렇게 조직 세포를 활용해 프린팅하는 방식을 활용하여 식용 육류나 인공 가죽을 제작하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고 합니다.
- 의족/의수 프린팅
의족이나 의수는 제작 과정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이 만만치 않습니다. 어린 아이의 경우 성장에 맞춰 지속적으로 교체해줘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더 크죠. 최근에는 쓰리디 프린터를 활용해 저렴하게 의수나 의족을 제작해 활용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아래 사진의 경우 왼손 손가락이 없이 태어난 12살 소년을 위해, 아버지가 스스로 만든 의수로, 학교에 있는 2500달러짜리 쓰리디 프린터를 이용해 제작했다고 합니다. 재료비는 약 $10 정도였다고 하네요.
출처 : Dad Makes His Son a 3D Printed Prosthetic Hand for Just $10
- 보형물 프린팅
영국의 프립 & 디자인 리서치에서는 불의의 사고로 손상된 신체 부위를 대체할 수 있는 보형물을 쓰리디 프린터로 제작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기존의 수제작에 비해 기간은 10주에서 이틀로, 비용은 700만원에서 20만원 수준으로 낮췄다고 합니다. 하지만 수제 보형물에 비해 정교함은 아직은 매우 떨어지는 수준이라네요.
출처 : designDB
이외에도 인공 턱뼈를 제작하거나, 자신의 귀에 꼭 맞는 보청기를 제작하는 등 의료 분야에서 쓰리디 프린터는 개인에게 꼭 맞는 제품을 보다 저렴하고 빠른 시일내에 제작해준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4) 건축 분야
2012년 8월, TedxOjai에서 Behrokh Khoshnevis 교수는 Contour crafting이라는 기술을 활용해, 20시간만에 집을 짓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기본적인 컨셉은 컴퓨터에 의해 조종되는 거대한 쓰리디 프린터가 콘크리트와 같은 재료를 활용해 층층히 쌓는 것입니다. 기존의 FDM 방식의 쓰리디 프린터가 엄청 커지고, 재료로 플라스틱이 아니라 콘크리트를 활용한다고 상상하시면 됩니다.
기존의 집짓기 방식이 느리고 비효율적이며, 위험한 작업을 필요로 하는 등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데 비해, 쓰리디 프린터 집짓기는 더 저렴한 비용으로 빠른 시간 안에 재료의 낭비를 최소화하며 지을 수 있다고 합니다. 원래는 산업용 부품의 금형(molds)를 제작하기 위한 기술이었는데, Khoshnevis 교수가 고향인 이란에 일어난 대지진을 보면서, 자연재해가 일어난 지역의 빠른 복구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기술로 응용했다고 했다고 하니, 앞으로 더 발전하여 피해 지역 복구에 활용되길 바랍니다.
출처 : 3d printer can build a house in 20 hours
5) 예술/문화 분야
쓰리디 프린터는 예술/문화 분야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요?
-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의 전시품 복사
세계에서 가장 큰 박물관인 스미스소니언(Smithsonian) 박물관은 소장품을 3D 스캔해서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 데이터를 smithsonian x 3d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해서, 온라인상으로 전시품을 감상하고, 원한다면 쓰리디 프린터를 통해 프린팅할 수 있게 했습니다. 스미스소니언은 약 1억 3천만개의 소장품을 가지고 있지만 장소의 한계로 1%밖에 전시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이 디지털화 작업을 통해 미공개 99%의 작품이 대중과 만날 기회를 가질 것이고, 연구자들은 사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정확한 데이터를 가질 수 있습니다.
출처 : Smithsonian X 3D (링크된 페이지에서 컨트롤하며 감상해보실 수 있습니다)
- 3D 프린터 패션
패션 분야에서도 쓰리디 프린터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디자이너 Iris Van Herpen이 선도적인 위치에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는데요. 대부분의 작품은 아래와 같이, 입체감을 듬뿍 살린 조각과 같은 옷입니다. Materialise라는 회사에서 만든 "TPU-92A-1"이라는 신소재를 활용해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이 소재는 가벼우면서도 탄성이 있어 쓰리디 프린터의 재료로 활용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출처 : http://www.theguardian.com/technology/2013/oct/15/3d-printed-fashion-couture-catwalk
- 쓰리디프린팅 물체를 활용한 애니메이션(2014-05-21 업데이트)
DBLG라는 영국의 디자인 에이전시에서는 최근 <Bears on Stairs>라는 쓰리디프린팅한 물체를 활용한 스탑모션 애니메이션을 공개했습니다. 곰이 계단을 올라가는 장면을 스탑모션으로 촬영하기 위해, 계단을 오르는 각도가 미묘하게 다른 곰 50마리를 4주에 걸쳐 프린팅했다고 하네요.
출처 : http://www.thisiscolossal.com/2014/04/bears-on-stairs-dblg/
위에서 살펴본 분야는 쓰리디 프린터가 "현재" 가장 활발하게 사용/연구되고 있는 분야일 뿐, 쓰리디 프린터가 활용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합니다. 정해진 레시피대로 음식을 뽑아주는 3D food printer도 연구되고 있는 걸 보면, 더욱 그렇게 보입니다. 쓰리디 프린터를 활용했을 때, 1) 비용 절감의 효과를 거두거나 2)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참고 링크
- 쓰리디 프린팅 인더스트리
- 쓰리디 프린팅에 대한 7가지 놀라운 TED talks
- Forbes, <What Can 3D Printing Do? Here Are 6 Creative Examples>
2. 관련 기술
PC나 스마트폰이 하드웨어 자체만으로 혁신을 이룬 게 아니듯, 쓰리디 프린터 역시 관련 기술이 함께 발전했을 때 진정한 혁신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크게 3가지 관련 분야가 있을 듯 합니다.
1) 쓰리디 모델링(3D Modeling)
쓰리디 프린터를 활용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소프트웨어는 모델링입니다. '무엇을 뽑을지'에 해당하는 모델링 자료를 구하는 방법은 1) 직접 만들거나 2) 남이 만들어 놓은 것을 활용하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직접 만들려면 모델링 소프트웨어를 활용해야 하는데요. CAD와 같은 기존의 3D 모델링 소프트웨어는 3D 애니메이션이나 건축 분야 등 전문 분야에 쓰이던 것이라, 정교하고 완성도가 높다는 장점은 있지만 일반인들이 쓰기에는 너무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요즘은 점점 쉬운 모델링 툴이 발전하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Autodesk(AutoCAD, 3Ds Max, Maya, Alias 등 유명 3D 디자인 소프트웨어 제작사)사에서 만든 쉬운 모델링 소프트웨어 시리즈 'Autodesk 123D'가 있습니다. 사진을 찍은 것을 3D로 변환시켜주는 '123D catch'(PC, iphone, iPad에서 사용 가능)는 특히 신기한 소프트웨어입니다.
남들이 만들어 놓은 쓰리디 모델링 자료를 공유하는 사이트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쓰리디프린터 회사나 모델링 회사 등에서 운영하고 있는데요. Makerbot사에서 운영하는 Thingiverse라는 사이트가 꽤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사용자들은 모델링 파일을 다운로드 받아 자신의 쓰리디 프린터로 뽑을 수도 있고, 기존의 모델링 파일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변형시켜 활용하기도 합니다.
출처 : Thingiverse
*참고 링크
- Shapeways에서 추천하는 무료 모델링 툴 6가지
- Hongkiat.com에서 추천하는 25가지 툴
- Hongkiat.com에서 추천하는 60가지 쓰리디 모델링 사이트
2) 쓰리디 스캐닝(3D Scanning)
누군가의 미니어처를 만들 때나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의 작품 모조품 만들기와 같은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기술은 3D 스캐닝입니다. 3D 스캐닝을 활용하면 기존에 있는 물건을 그대로 복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자료를 토대로 변형을 가해 새로운 모델링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크고 비쌌던 쓰리디 스캐너 역시 작아지고 저렴해지는 추세여서, 40만원대에 휴대용 쓰리디 스캐너를 만날 수 있습니다.
출처 : 40만원대 휴대용 3D스캐너 등장...'가격파괴'
최근에는 Kickstarter에서 아이패드에 끼워서 사용할 수 있는 Structure sensor라는 모바일 쓰리디 스캐너가 등장해 100만 달러 이상의 펀딩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 Structure sensor, Kickstarter
3)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
저렴한 개인용 쓰리디 프린터의 등장으로, 개인은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수단을 가지게 되었고, 이는 제조업 분야의 소자본 창업을 활발하게 했습니다. 킥스타터(Kickstarter)나 쿼키(Quirky)와 같은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 사이트는 이러한 소자본 창업의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킥스타터의 경우 지원자가 자신의 프로젝트 계획과 목표 달성 금액, 투자액에 따른 보상액을 설정해서 올리면 기부자/투자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만큼 금액을 기부하는 형태입니다. 대중들에게 십시일반 돈을 모은다는 개념에서 크라우드펀딩(Crowdfunding)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킥스타터에서는 지원자가 프로젝트 전반을 진행하고 모금만 받는다는 개념이라면, 쿼키(Quirky)의 경우 지원자는 상품에 대한 아이디어만 냅니다. 여러 아이디어들 중 투표를 통해 매주 일정 개수의 제품이 실제로 쿼키에 의해 상품화됩니다.
크라우드소싱과 함께 활용된다면, 쓰리디프린터가 개인적으로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어 내는 도구에 그치지 않고 기존의 대량 생산 중심의 제조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새로운 제조업의 패러다임을 만들어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이번 편에서는 쓰리디 프린터의 활용 상황과 가능성에 대해 사례 위주로 살펴 보았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쓰리디 프린터 관련 논쟁점들을 살펴보면서, 쓰리디 프린터가 가져올 미래 - 유토피아일지 디스토피아일지 - 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실제로 쓰리디 프린터를 활용한 후기를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