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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26 00:33

서비스 디자인을 위한 공간 이해 - 숨겨진 차원

심리학 산책을 통해 소개 받은 [심리학 산책 9] 숨겨진 차원 을 읽고 토론했다.

이 책은 인간이 어떻게 공간을 활용하느냐에 관한 책이다.

우선 멜더스의 인구론과 동물들의 공간 활용을 살펴보고, 그 다음은 여러 가지 감각(시각/청각/촉각/등등)과 공간의 관계를 살펴본다. 특히 캘훈(John Calhoun)은 행동 싱크(Behavioral Sink) 실험을 통해서 작은 공간에 밀집된 동물들이 어떻게 비정상적인 정신적 육체적 반응을 보이는지 연구했다. 이렇듯 공간의 활용은 인간에게 매우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는 문제이다. 특히 휴식, 소비, 의사 소통, 업무 등 인간의 모든 행동이 기본적인 공간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반드시 알아야 한다.

특히 서비스 디자인을 생각한다면 공간에 대한 고민, 공간을 인간이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공간에 대한 패턴 공부도 필요할 듯 하다. 그런데 이렇게 기초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서적이 많지는 않은 것 같아, 이 책이 매우 귀중하게 느껴진다.
(아래 용어와 페이지 번호는 '보이지 않는 차원' 기준임. 그런데 번역은 정말 엉망이다. '숨겨진 차원'으로도 번역서가 있는데, 번역이 좀 더 낫지 않을까?)



55년전의 의료(병원) 서비스 디자인 사례

1957년 영국 정신과 의사인 험프리 오스몬드(Humphry Osmond) 박사는 캐나다의 한 정신병원에서 일군의 심리학 연구자들을 채용하여, 이 병원을 디자인연구 실험실로 바꾸어 놓았는데, 상당히 흥미로운 연구들을 많이 했다.

특히 그는 환경의 변화가 환자들간의 상호 작용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하면서, 특정 공간의 설계가 사람들의 사회적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Socio-architecture라고 불렀다. 특히 그는 두 가지 형태에 주목했는데,

-이사회적 공간(sociofugal space) : 열차 대합실 같이 사람을 서로 분리시키는 공간
-집사회적 공간(sociopetal space) : 노천 카페 테이블처럼 사람들이 모이기 쉬운 공간

이사회적 공간(사회원심적 공간)과 집사회적 공간(사회구심적 공간)은 서로 다른 특징을 갖고 있는데, 대개 이사회적 공간은 격자형태(grid like)를 갖고 있고, 집사회적 공간은 방사형태(radial)를 갖고 있다. 이러한 공간이 창출하는 사회적 상호작용은 공간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디자이너가 반드시 이해하고 있어야 할 개념이다.

실제 그는 공간 연구를 기반으로 병원에서 환자들간의 대화와 독서를 촉진하기 위해 침대 배치를 바꾸고 작은 테이블과 의자를 배치하였는데 결과적으로 대화는 2배, 독서는 3배 늘어났다고 한다.

참고:http://designforservice.wordpress.com/2008/02/09/sociofugal-and-sociopetal-space/


가정과 주택

18C 이전 서양의 주택은 방들이 독립적이지 않고 마구 배치되어 있었는데, 모든 집들이 길에 면하고 있듯이 모든 방들이 거실/복도에 문을 갖고 있어서 다른 방을 거치지 않고 각 방에 독립적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된 것은 18c 이후에나 가능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유럽 여행에서 옛날 건물들 들어가보면 너무 체계가 없었던 기억이 난다. (구석 방으로 가려면 복도를 통해 가는 것이 아니라 중간 방들을 계속 지나가야만 함)
방의 구조가 이러니 지금은 개조하여 미술관으로 만들기는 좋지만, 실제 사람들이 사는데 있어서 개인 프라이버시란 없지 않았을까? 오히려 한국의 집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아무리 작은 집이라도) 중간의 마루라는 공개 공간을 중심으로 양 옆에 방의 배치하는 구조로 각 방들의 독립성을 배려해 주었다는 점이 신기하다. (이 부분은 오해였음. 최상류층만 이러한 구조를 가졌던 듯. 우리나라 전통 가옥의 불편한 진실)

p180 미국인과 영국인 사이에도 정말 많은 문화 차이가 있는데, 이 많은 차이가 대부분 어렸을 때 자기만의 방을 갖는 것이 자연스럽고 권리적인 것이냐 아니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 즉 땅이 넓은 미국과 땅이 좁은 영국의 차이아닐까?
혼자 있고 싶을 때, 미국인은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영국인은 공간의 구석을 활용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신호를 보내는데, 한 공간에 있으면서 말을 안 하는 건 미국인에게 무례한 것이므로 미국인은 그 신호를 못 알아보고 말을 건다.
같은 공간에 있더라도 자신들의 대화가 대화하는 사람들을 넘어서서 들리면 안 되기 때문에 영국인들은 작은 목소리로 대화하는데, 미국 사람들이 보기에 이러한 행동은 무슨 비밀 모의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미국인은 같은 공간안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서로 들려야 한다. 영국에서 이웃이란 건 아무것도 아닌 반면 미국에서 이웃은 매우 친한 사이다.

이렇게 동양과 서양, 그리고 심지어 미국-영국 사이에서도 가정의 공간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다면, 입원 병동이나 기숙사를 설계하는 건축가나 서비스 디자이너는 어떤 고민을 해야할까?


도로와 네비게이션

우리는 도산공원 사거리. 안세병원 사거리. 신사역 사거리, 이렇게 사거리 중심으로 많이 설명한다.
놀라운 것은, 종로2가 라는 길 이름 같은 느낌인데도 이것은 사거리 이름이란 점이다. (온갖 가지에 호기심이 많은 나로서는 평소에도 궁금증이 많은 편인데, 오랜 궁금증 중에 하나가 이 책으로 해결되었다.)

'종로2가'란 어디를 말하는가?

우선 차를 타고 관수 파출소 앞에서 북쪽을 향해 나가고 있고 앞에 가로로 펼쳐지는 길이 종로라고 했을 때, 좌회전하면 종로 1가, 우회전 하면 종로 2가 이런 식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표지판은 이렇게 되어 있다.
즉 좌회전하면 종로 1가로 갈 수 있고, 우회전하면 종로 3가로 갈 수 있고, 직진하면 안국역으로 갈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종로 2가는 어떻게 가는가?

서양식의 2nd street 개념을 갖고 있던 나로서는, 종로의 거리 표지판을 볼 때마다 정말 혼동스러웠다. 그런데 지도를 찾아보니, 종로 2가는 길이름이 아니고 사거리 이름(정확히는 사거리를 중심으로 한 일대)이었다. 왜 '종로2가'가 길이름이 아니고 사거리의 이름인가?라는 사실이 도무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종로2가'는 '종로2가 사거리- 탑골 공원 앞 사거리'를 중심으로 좌측과 우측을 지칭한다. 서양식 개념(즉 길 이름은 사거리와 사거리 사이를 지칭한다)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다. 서양식 개념이라면, 좌회전 하면 종로 1가, 우회전 하면 종로 2가 이런 식으로 되어야 되는데, 서울에서는 좌회전해도 종로 2가, 우회전 해도 종로 2가, 그리고 직진해도 종로 2가이므로, 종로 2가는 길이름이 아니고 사거리 이름인 것이다.

그런데 그 이유가... 일본은 도로보다는 사거리에 이름을 붙인다. 는 내용이 책에 나왔다. 아마 한국 사람도 그런 것 같다. 원래 그런지 일본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전통적으로 한국 사람들은 길이 아니라 사거리에 이름을 붙여왔다. (출처: 보이지 않는 차원 p194)

만약 공간에서 길안내를 한다면? 서양과 한국은 어떻게 달라질까? 길을 따라 회전을 알려주는 서양식 네비게이션이 아니라, 사거리 이름을 알려주는 한국식 네비게이션이 가능할까? 병원/공항 등 실내에서 길을 알려주는 네비게이션은 어떻게 사용자에게 길을 알려주어야 할까? 서양을 따라 도로명으로 주소 체계를 바꾸는 건 무언가 뿌리부터 흔드는 일이 아닐까?


냄새와 다른 서비스 디자인의 요소
p205 아랍인은 후각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체취를 없애려 하지 않고, 발산하여 인간 관계를 확립하려 한다. 남의 냄새에 대해 거리낌없이 조언해 준다. 중매인은 처녀의 냄새를 맡아보려고 한다.

공간에서 서비스 디자인을 할 때, 시각 디자이너 출신들이 흔히 놓치게 되는 부분이 음악과 냄새라고 한다. 하지만 이 둘은, 특히 냄새는 시각보다 훨씬 더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 새겨지게 된다.


마무리
본서의 내용을 요약하면 인간은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의 문화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문화는 인간 신경체계의 뿌리에까지 침투하여 세계를 어떻게 지각하고 있는가 하는 것까지도 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의 대부분은 숨겨져 있어 의식적으로 제어할 수 없는 범위에서 인간의 존재와 얽혀 있다. p237
이렇듯 우리는 서비스 디자인에서 공간과 공간 배치, 그리고 그것이 갖는 문화적 의미를 충분히 이해했을 때 좋은 디자인이 나오게 된다. 단순하게 밀도와 배치를 어떻게 하느냐를 바꾸어 공간에 관한 느낌을 만들고, 사람들의 상호 작용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느낌'들은 시각적으로 명확히 들어나는 것보다 다른 여러 가지 감각들을 종합하여 파악하기 때문에 더욱 근본적인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인간과 인간의 연장물은 상호 관련된 조직을 이루고, 도시, 기술, 언어 등 모든 면에 영향을 끼친다. 

[참고##서비스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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