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xd talks 43] 디자인 바깥에서 바라보는 디자인

2013. 12. 23. 01:56pxd talks
알 수 없는 사용자

지난 12월 11일 pxd talks는 국민대학교 경영학부에 계신 주재우 교수님과 ‘Design outside design'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교수님은 토론토의 로트만 경영대학에서 마케팅 전공 박사과정을 밟으셨습니다. 소비자 행동Consumer Behavior분야에서 행동적 의사결정Behavioral Decision Theory을 연구하시면서 ‘디자인’을 접하였습니다. 비전공자로서 디자인을 어떻게 배우고 이해했는지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담과 비디자인분야(엔지니어링/비지니스/경제학/마케팅)의 전문가들이 디자인을 바라보는 시각, 특히 마케터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디자인의 역할을 자세하게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이번 강의를 통해 디자인씽킹하는 사람들이 가진 프레임의 장점과 그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Part 1. 마케팅 박사과정 학생의 디자인 여행
Part 2. 디자인과 마케팅의 융합
위 두 파트로 나누어 본 포스팅을 진행하겠습니다.

Part 1. 마케팅 박사과정 학생의 디자인 여행

마케팅을 배우던 학생은 엔지니어링스쿨과 비지니스스쿨에서 디자인 코스를 수강하고 경제학과 마케팅에서 연구하는 디자인 토픽을 이해하며 ‘어디서 어디까지가 디자인일까?’라는 물음을 계속 던집니다.

디자인 씽킹 이란 무엇일까요?
디자인 씽킹은 토론토 대학의 로트만 경영스쿨 학장인 로저 마틴Roger Martin교수와 미국 IDEO의 CEO인 팀 브라운Tim Brown의 정의가 대표적입니다. 로저 마틴은 ‘분석적 사고와 직관적 사고를 50대 50으로 섞은 것이 디자인 씽킹이다. 생각하는 방식에서 둘 다를 쓰자’라고 말합니다. 이 두 가지 사고의 조화와 균형을 추구하는 것이 가능하며 각기 나름의 장점이 있고 상호 보완적이기 때문에 두 가지의 균형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고 이야기합니다.

Roger Martin이 정의하는 Design Thinking, 발표자료 발췌

디자인 씽킹을 잘 활용하는 IDEO의 팀 브라운 역시 “디자인적 사고란 소비자들이 가치 있게 평가하고, 시장의 기회를 이용할 수 있으며, 기술적으로 가능한 비즈니스 전략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디자이너의 감수성과 작업 방식을 이용하는 사고 방식이다.”라며 기존 경영의 패러다임과 새로운 패러다임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Tim Brown이 정의하는 Design Thinking, 발표자료 발췌

Jess McMullin의 ‘비지니스-디자인 경쟁 전망’을 보면 디자인 신임도와 비지니스 신임도가 모두 높은 컨설팅 기업’이 있습니다. IDEO, DOBLIN, Jump Associates, frog design 이 대표적인데요. 이 회사들은 어떻게 디자인 씽킹을 하고 있을까요?

Jess McMullin의 Business-Design Competetive Landscape, 발표자료 발췌

1.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
다양한 디자인 워크샵에 참여하며 교수님께서 느낀 점은 자신의 베이스에 따라 디자인을 서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같은 목표 하에서도 엔지니어(흔히 우리가 말하는 공대생)들은 컨텍스트에 상관없이 골을 성취하는 것을 고민합니다. 비지니스스쿨에서는 소비자의 니즈를 찾는 리서치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마케터는 예쁘게 만들어서 파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UX디자이너나 UI디자이너는 사용자가 서비스를 경험하는 순간에 보다 초점을 맞출 것입니다.

2. 이노베이션 수업의 핵심은 디자인 협업
위와 같은 맥락에서 디자이너들은 아이디어를 마구 발산하는 것을 좋아하는 반면 마케터는 펼쳐져있는 아이디어를 정리하기를 좋아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각자 맡은 역할이 분담되어 있고, 서로 협업하는 과정을 통해 이노베이션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노베이션 수업의 핵심은 마케터로서 경험하지 못했던 ‘디자인 협업’에 있음을 강조하셨습니다. 협업을 가능케 하는 도구로 ‘스케치’가 있습니다. 교수님께서 디자인 워크샵에 참여할 때 마다 꼭 액티비티에 참가하였는데 빠지지 않고 했던 것이 바로 스케치라고 합니다.

3. 듣는 능력 또한 디자인 씽킹
Speed Date라는 인터뷰 방식이 있습니다. 60분 동안 12명의 사람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것인데요. 이 워크샵에 참여하면서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그 사람에게 쉽고 빠르게 전달하는 것도 디자인이구나’하는 생각을 하셨다고 합니다. 남을 설득하기 위해서 자기말만 해야하는 마케팅 프레임에 있다 보니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이 꽤나 어려운 일이었고, 듣는 것에 집중하는 디자인 워크샵을 통해 그 중요성을 알게 되셨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받아들이는 말랑말랑한 자세 또한 디자이너의 중요한 자질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 성공 요소 분석이 없는 디자인 프로세스?
디자인 방법론을 통해 마케팅적 접근보다 사용자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타겟을 정할 때 Key success factors를 필수적으로 뽑는 마케팅과 다르게 성공 요소의 분석 없이 프로세스가 진행되는 점에 의문을 갖게 됩니다.

5. ROI of design
경제학에서는 ROI(Return on investment) 즉, 투자대비 수익률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디자인의 ROI도 분명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디자인 투자로 인한 퍼포먼스를 구체적으로 분석하면 디자인으로 기업가치를 올릴 수 있다는 것에 설득력이 생깁니다. 이제까지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디자인부서에 대한 투자는 기업의 생존이나 경쟁력 강화에 실질적으로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디자인 자체를 측정하고 측정된 디자인이 기업경영이나 국가경제에 미친 효과 등을 파악하여야 함을 강조하셨습니다.


Part 2. 디자인과 마케팅의 융합

디자인 = 마케팅
디자이너와 마케터는 모두 하고 싶은 일이 같습니다. ‘소비자를 이해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준다’는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디자인 vs. 마케팅
다만 디자이너와 마케터의 다른 점도 함께 이해해야 합니다. 디자인과 마케팅은 용어와 사고의 프레임이 다릅니다.

  • 커뮤니케이션 방법
    마케터는 충분한 데이터로 커뮤니케이션합니다. 예를 들어 5000명의 통계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숫자/테이블 등으로 분석하여 리포트를 보고합니다. 반면 디자이너는 직관적이고 시각적인 데이터로 이야기합니다.
  • 대상에 대한 이해
    디자인은 개별적인 사용자individual user를 생각합니다. 따라서 insight를 찾는 것이 중요하고 What if ~? 라는 제안에서 출발하게 됩니다. 이것은 성공했을 때 효과적이며 한 방에 대박날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에게 디자인은 자식과도 같은 존재이며 하나의 작품이 탄생되는 것이죠.
    반면 마케팅은 대중 시장mass market을 타겟으로 하며 답answer을 찾습니다. 적은 실패와 효율성을 위한 가설검증에서 기획이 시작됩니다. 디자인과 마케팅은 목표가 같을지언정 시작이 다르기 때문에 전달하는 것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 자원과 시장에 대한 이해
    마케팅은 시장이 한정되어 있다는 가정에 따라, 현재 가진 자원을 최대로 이용하여 남의 시장을 빼앗는 것이 목표입니다. 따라서 지금 시장에 나와있는 기존 제품과의 차별화가 우선이죠. 반면 디자인은 시장에 제한이 없다고 여기며 새로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기존 제품과의 차별화가 아닌 원천적인 새로움, original한 것을 찾습니다.
    대다수의 소비자는, 제품을 구매할때 원천적인 새로움보다는 기존 제품과 어떻게 다른지, 즉 마케팅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편하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는 본인이 지불하는 금액에 대해서 명확하게 합리화되는 이유를 설명받길 원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현재의 소비자는 많이 변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대다수의 소비자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 가격에 대한 이해
    마케터는 고객이 최대로 낼 수 있는 가격perceived price을 기준으로 최대의 가치측정을 하는 반면 디자이너는 cost-base 혹은 내 맘대로 가격을 결정하고 자신의 제품이나 작품을 판매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가격만은 절대 디자이너에게 맡기면 안 된다고 하네요.


결론

디자인 + 마케팅
앞서 말한 로저 마틴의 정의처럼 마케팅의 분석적 사고와 디자인의 직관적 사고를 합쳐 두 가지 생각의 체계를 가져야 합니다. 디자인은 디자인대로 마케팅은 마케팅대로 고유의 영역이 있고, 각각의 장점을 통해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감으로써 효과적인 디자인경영을 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 사고방식과 마케팅 프레임 웍을 활용하기 위해 아래와 같이 제안합니다.

디자이너들이여, 마케팅 프레임을 가져라
마케팅은 이미 완성도 높은 모델을 정립하였습니다. 효율적이기는 하지만 어딜 가나 똑같은 마케팅 수업으로 교육받기 때문에 새로운 것이 나오기 힘듭니다. 개선의 여지가 있는 마케팅 프로세스에 디자인을 끼워넣으면 어떨까요? 디자인이 마케팅에 힘을 실어줄 수 있습니다. 현재 마케팅 리서치Market Research, 제품 개발Product Development, 마케팅 커뮤니케이션Marketing Communication 분야에 존재하는 여러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디자인 씽킹 툴로 접근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본인이 디자인 씽킹을 갖거나 그게 힘들면 디자인 툴을 활용하고 그것마저 어려우면 디자인 인력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발표자료 발췌

디자이너가 마케팅을 가져갔을 때의 이점
  • 세상에 대한 이해와 이론의 적용
    마케팅은 현상을 바탕으로 이미 잘 정립되어 있기 때문에 배우기 쉽습니다. 마케팅 원론, 소비자 행동론, 신제품 개발에 대한 이해만으로 디자인과 연관되는 대부분의 마케팅 이론과 용어들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 디자이너의 오류를 방지
    사람들은 그림에 쉽게 현혹됩니다. 비쥬얼 인포메이션도 이점이 많은 반면 의사결정자에게 오류를 발생케 하여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마케팅적 접근을 통해 논리적 근거와 명확한 데이터를 보충하여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 기업이 원하는 전략 용어와 생각을 이해
    마케팅 프레임은 언어 능력과 발표스킬까지도 포함한다고 합니다. 디자이너의 장점인 무한한 자유와 상상을 마케팅 프레임에 적용한다면 +α의 효과가 일어날 것입니다.
발표자료 발췌

다학제적인 조직 구성원
한 사람의 머리엔 하나의 프레임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직관과 분석을 함께 잘 하기란 어렵습니다. 실제 기업에서는 분석을 잘하는 사람과 직관이 우수한 사람들을 모아 함께 일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포스팅 초반부에 보여드렸던 북미의 디자인 컨설팅 에이젼시(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한 북부 캘리포니아에 기반을 둔 컴퍼니들)는 이제 디자인을 걷어내고 이노베이션을 앞세우고 있습니다. 그 기반에는 집단의 다양성이 있습니다. 최선으로는 개인이 두 가지 사고의 프레임을 갖게 하되 그게 어렵다면 조직 구성원의 다양성을 보장하라고 합니다. 다양한 조직구성원을 통해 그룹이 디자인 씽킹하게 하라고 제안하셨습니다.

북미의 이노베이션 컨설팅 회사를 탐방하며 디자인은 백그라운드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필수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미국에서 디자인이라는 용어는 실제적으로 융•복합이라는 의미와 동급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아래는 대표적인 이노베이션 컨설팅 회사 사례입니다.

  • IDEO는 ‘우리는 언제나 혁신을 앞세운다. 단순히 디자인 회사가 아니다. 우리의 가장 큰 자산은 더 이상 프로토타이핑, 비지니스 아이디어가 아닌 오타쿠 리스트이다’라고 합니다. IDEO는 기업 구성원 뿐만 아니라 독특한 사용자 패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 Jump associates은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독특한 인테리어로 유명한 기업입니다. 다양한 공간 구성으로 조직원들의 커뮤니케이션을 돕습니다.
  • Doblin은 이노베이션에 대해 깊은 연구를 하는 회사입니다. 분석적이고 직관적인 사고의 혼합을 중시하며 역시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이 글을 마치며…
마케팅 프레임을 갖고자 하는 디자이너를 위해 이해를 돕는 tip을 추가합니다.

  • 비지니스 만화가Marketoonist Tom Fishburne, http://tomfishburne.com/
    Tom Fishburne은 하버드대 MBA과정을 이수한 만화가로, 소비자 제품 마케팅 담당자를 겸업하고 있습니다. Häagen-Dazs, Green Giant, Yoplait, Cheerios 등의 브랜드 회사에서 그가 겪은 일들을 소재로 비즈니스 분야에서 일어나는 일을 재미있게 풍자한 만화입니다.
발표자료 발췌
마케팅 서적 추천
  • Principles of Marketing (마케팅원론) by Philip Kotler, Gary Armstrong
    마케팅을 전공하는 전세계 대부분의 학생들이 처음에 읽는, 바이블 같은 교과서입니다
  • Consumer Behavior (소비자행동론) by Michael Solomon
    다양한 수준의 심리학 (지각, 정서, 동기, 사회, 인지, 판단과 의사결정)을 총동원하여 소비자의 제품에 대한 반응을 다각도로 이해하는 마케팅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책입니다.
  • Product Design and Development (신제품 개발) by Karl Ulrich and Steven Eppinger
    마케팅 입장에서 바라보는 상품기획 또는 제품개발의 시각을 정통으로 보여주는 고전입니다.
발표자료 발췌
디자인 씽킹 관련 서적 추천
  • The Design of Business (디자인 씽킹) by. 로저 마틴Roger Martin
    경영학계에서 디자인 씽킹의 선두자로 흔히 거론되는 로저 마틴의 초기 저서입니다.
  • Wired to Care (와이어드) by. 데브 팻나이크Dev Patnaik
    공감empathy에 관한 책으로 리서치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합니다. 공감을 잘 하는 회사의 경영사례가 잘 나와 있습니다.
  • Different by. 문영미
    경쟁 무리에서 벗어나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혁신적인 기업들의 ‘다른’ 아이디어가 어떻게 ‘다른’ 세상을 만드는지를 상세하게 설명합니다.
발표자료 발췌
디자인+마케팅 예시
마지막으로 이번 강연을 정리하며 떠오른 예시를 하나 소개합니다. 비지니스 모델을 디자인과학적으로 접근한 알렉산더 오스터왈터Alexander Osterwalder의 Business Model Canvas입니다.
비지니스 모델 캔버스는 마케팅의 기본 프로세스를 따르면서 사용자의 가치 측면을 강조한 ‘한장의 캔버스’입니다. 어려운 마케팅 용어와 복잡한 관계를 알지 못 하더라도 쉽게 가치 있는 전략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쪽에서 간과하기 쉬운 비용, 파트너쉽 등의 경영측면이 고려사항으로 포함되어 있으며 마케팅에서 간과할 수 있는 사용자 가치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이 툴을 통해 디자이너도 아이디어 기획부분에서부터 가격과 Key success factors를 쉽게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Business Model Generation의 Business Model Canvas, 책 발췌

“디자인과 마케팅이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디자이너들은 디자인이 좋아서 하는 사람들이라는 거에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해요.” 라는 교수님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감사합니다.

참고 :
DESIGN MARKETING LAB by. Jaewoo Joo
http://www.DesignMarketingLab.com (영문)
http://designmarketinglab.wordpress.com (한글)

관련 포스팅
http://story.pxd.co.kr/555 디자인 사고 (Design Thinking) 읽을 거리 by.이재용



[참고##pxd talks##]
[참고##디자인 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