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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03 00:44

거꾸로 UX 와 Desire Path- 컵 보관함과 잔디밭 오솔길

pxd에는 모든 직원들에게 사랑 받는 공간이 있습니다. 다양한 디자인 서적들이 길게 진열되어 있는 복도입니다. 이곳에는 디자인, 인문, 사회, 공학, 취미 등 다양한 주제의 책들이 보관되어 있습니다.
컵 보관 장소가 되어버린 책장
그런데 그 진열장 가운데에 화장실로 들어가는 통로가 있습니다. 때문에 직원들은 화장실에 가기 위해서는 이 진열장을 지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화장실로 들어가는 통로 좌우 책장에 컵이나 음료수들이 놓이기 시작했습니다. 화장실에 들어가기 전에 잠깐 보관하는 것이었습니다. 높이나 생김새가 컵을 놓고 싶도록 생겼습니다. 사람들은 화장실에 들어가는 길에 자연스럽게 컵을 놓게 되었습니다. 화장실에 가는데 컵은 걸리적거리니까요. 
 
컵이랑 음료 찾아가세요!
사실 책장 위에 컵 하나 올려 놓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개수가 점점 많이지고 우유, 팩음료, 테이크아웃 음료수잔 같은 것들이 올라오면서 책장이 지저분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화장실에서 나올 때 컵을 놓고 가는 경우가 빈번해지면서 우리의 예쁜 책장은 음료 보관소 처럼 되었습니다. 그런 것을 정의롭지 못하게 생각하는 일부 직원들에 의해 컵/음료를 찾아가라는 공지 메일이 돌았습니다. 사내 커뮤니티 기능을 하고 있는 path에도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문제가 제기 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컵이랑 음료 찾아가세요!"


뒤집어서 생각해보자
그러던 중 사용자의 입장을 생각해보았습니다(이건 우리의 주특기). [화장실에 들어가야 하는데 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다] > [근데 내 옆에 높이도 적절하고 컵이나 음료를 안전하게 올려 놓을 수 있는 선반 형태의 공간이 있다]. 이건 그냥 컵을 올려놓으라는 소리입니다. 당연히 놓고 가고 싶은 생각이 들 것입니다. 그 맥락에서는 매우 자연스러운 행동입니다.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이걸 못하게 제한하지 말고 그냥 책장 한 칸을 비워서 컵 보관함을 만들자!'

Parking Here
행동으로 옮겼습니다. 책장 한 칸을 비우고 작은 표지판을 만들어서 달았습니다. 형태는 프로젝트룸 앞에 붙어있는 표지판을 모티브로 하였습니다.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학습이 되어 있는 상태에서 좀 더 확실한 Nudge를 제공한 것입니다. '컵이 머무르는 곳이다'라는 정당성을 부여한 것입니다. 이제는 눈치 보지 않고 양심에 거리낌 없이 컵이나 음료를 보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직원들에게 애용 되고 있는 공간입니다. Parking Here!!
 
사용 되는 모습
 

잔디밭 오솔길 이야기
공원에 넓은 잔디밭이 있었습니다. 언젠가 부터 사람들은 잔디밭을 가로질러 가기 시작했습니다. 길을 따라가면 멀리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죠. 사람들이 다니는 길에 잔디가 죽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공원 관리소에서는 경고문을 세워 놓고 사람들의 잔디밭 통행을 막았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여전히 잔디밭을 지나갑니다. 이번에는 울타리를 세웁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사람들은 울타리를 넘어 잔디밭을 지나 갑니다. 잔디밭을 가로질러 가는 게 훨씬 경제적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공원 관리소에서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하고 사람들이 지나다니던 길을 오솔길로 만들었습니다. 길을 좀 더 넓히고 예쁜 울타리도 세웁니다. 사람들은 이제 눈치를 보지 않고, 양심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으면서 지름길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출처 : Flickr


Desire Path
그런데 이러한 공원 샛길을 지칭하는 영어 단어가 있더군요. Desire Path. (pxd 김선기님께서 개념을 공유해 주셨습니다)
플리커에서도 Desire Path라는 용어로 별도로 찾아볼 수 있고, 위키백과에도 정의가 되어 있었습니다.
위키백과: Desire Path
A desire path (also known as a desire line, social trail, goat track or bootleg trail) can be a path created as a consequence of foot or bicycle traffic. The path usually represents the shortest or most easily navigated route between an origin and destination. from Wikipedia

아무래도 이렇게 사람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생긴 길이 가장 짧은 샛길일 확률이 높겠죠?
플리커:Desire Path Group


우리가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디자인 하였다고 하죠. 그런데 설계 시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건 사용자가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설계상의 오류일 수 있습니다. 사용자의 니즈를 깊이 고민하지 못한 것이지요. 물론 정말 예측 불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예측한 방향과 다른 형태로 사용자들이 반응하게 되면 그 이유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처음에 발견하지 못한 숨겨진 니즈에 대해서 분석을 해보는 것이지요. 더 중요한 것은 그 결과에 따라 솔루션을 과감하게 바꿔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판을 뒤집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진정 사용자를 생각한다면 솔루션을 바꿀 수 있는 결단력과 실행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거꾸로 교육'이라는 것이 자주 회자되고는 합니다. 이번에 컵보관함을 만들면서 '거꾸로 교육'이 떠올랐습니다. '거꾸로 UX'. 한 번 고민해 볼만한 주제인 것 같습니다.

참고: 구글에서 "user experience design path"로 이미지 검색해 보면 매우 유사한 많은 사진들이 나옵니다.

http://guycookson.com/2015/06/26/design-vs-user-experience/

[참고##생활 U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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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4
  1. 박지훈 2014.10.25 09:4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와우... 작은 변화가 주는 큰 변화..놀랍네요!

    • 김동후 2014.10.27 10:12 신고 address edit & del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앞으로 UX디자이너의 역할을 예측해본다면…작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다리를 놓아 주고 능동적인 사용자를 통해 큰 변화를 일으키는 일을 하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 조설희 2015.01.21 01:4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되찾아 가지 않는 경우는 어떻게 해결될 수 있을까요?

    • 김 동후 2015.01.21 11:05 신고 address edit & del

      글을 읽어주시고 댓글을 통해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중요한 부분을 찌르셨습니다! 컵보관함을 만들자고 이슈 제기를 한 시점에 그에 대한 지적들도 나왔습니다. '깜박하고 찾아가지 않을 경우 많은 컵, 음료들이 저곳에 방치될 수 있다'라는 것이죠. 때문에 그 문제도 함께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들도 많이 나왔습니다. 화장실에서 나오는 길에 자연스럽게 시선을 유도하는 장치를 두는 방안이 가장 유력했었는데요, 세련된 처리 방법을 찾지 못하여 적용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가장 시급한 문제인 '보관함'을 먼저 제공하자라고 결정하여 그 문제는 숙제로 남겨 놓은 채 작업이 진행되었습니다. 현재 저것을 운영한 지 6개월 가량이 지났는데요 생각보다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컵을 놓고 가도 오래 지나지 않아 다시 찾아가더라구요. 생각보다 방치 시간이 길지 않았습니다. 수시로 지나다니는 공간이고, 화장실도 이런 저런 이유로 몇 번은 가게 되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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