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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30 01:00

[pxd talks 54] 도시와 건축의 상상력 - 김정후 박사


9월 22일 월요일, pxd 에서는 ‘도시와 건축의 상상력’ 이라는 제목으로 54번째 pxd talks가 진행되었습니다.

강연을 해주신 김정후 박사님은 런던대학 UCL 지리학과 도시연구 펠로우, 런던 JLK 도시건축정책연구소장 그리고 동국대 건축공학과 겸임교수로 영국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고 계십니다.

이번 pxd talks에서는 융합적 인간의 개념을, 일상의 삶에 영향을 주는 도시와 건축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하여 디자인으로 만들어왔는지에 대한 사례를 통해 다루었습니다.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들은 김정후 박사님이 직접 찍은 사진 또는 사용 승인을 받은 것들임을 알려드립니다.)



융합을 의미하는 convergent의 반대말은 divergent로 우리 말로는 확산하는, 분화하는 정도의 뉘앙스를 갖고 있습니다. 영역의 측면에서 divergent는 분업화, 전문화로 인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divergent는 분야를 전문적으로 나누는 개념으로, convergent는 서로 다른 분야를 합쳐 새롭고 혁신적인 영역을 만드는 개념으로 인식하면 되는 것일까요? 융합이라는 개념이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현재 시점은 과거 19세기 말 분업화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divergent의 시대에서 convergent의 시대로 변화하는 단계에 위치하고 있는 것일까요? 융합형 인간에 대해서 고민하기에 앞서 divergent와 convergent의 관계를 도시계획, 건축, 디자인의 사례를 통해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건축의 원리와 철학을 디자인에 반영한 사람들


건물의 가장 본질적인 고전 비례와 원초적 도형으로, 알도 로시

알도 로시는 원, 삼각형, 사각형의 형태와 그리스 로마 신전의 비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건물을 디자인합니다. 원, 세모, 네모는 건물이 지어지는데 가장 기초가 되는 도형과 고전 건축의 원리 및 비례는 건축의 본질을 의미합니다.

알도 로시가 베니스를 위해 디자인한 표류하는 세계의 극장 teatro del mondo는 주변 건물의 일부가 아니며 재료가 전혀 다름에도 불구하고, 근처에 있는 고전 건축물과 시각적 원리를 공유하기 때문에 위화감이 없습니다.

알레씨에서 나온 알도 로시의 주전자를 보면, 기능이나 용도가 달라짐에 따라 형태는 다르지만, 동일한 원리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에는 제품이나 건축, 도시와 관계없이 고전 비례와 고전형태 구성원리라는 것에 의해 하나로 통합이 되어있습니다.

최소의 부재로 풍요로운 공간을, 미스 반 데 로에

미스 반 데 로에는 벽, 기둥, 천장이라는 최소의 구조물로 풍요로운 공간을 만듭니다. 벽을 어디에 설치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공간의 성격을 고려하여, 세 가지 건축 요소를 가지고 서로 다른 느낌을 주는 여러 개의 공간을 디자인합니다. 그는 ‘less is more’라고 말하며, 최소의 부재로 풍요로운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디자인 철학을 주장하였습니다.

그가 설계한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을 보면 십자형 크롬은 벽이 공간을 나눠주는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지대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미스체어를 보더라도 의자를 지지하는 십자형 크롬과 의자의 세 가지 필수요소인 등받이, 안장, 다리를 구성하는 판만으로 구성되어, 구조적으로 가장 단순화된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최소의 부재를 사용하되 건축이 충분히 풍요롭고, 기능적, 심미적으로 아름답다는 건축을 대하는 그의 개념이 고스란히 의자에도 적용되었습니다.


2차원 회화의 원리와 짜임새 있는 조형표현, 게리트 리트벨트

몬드리안의 점, 선, 면으로 이루어진 구성원리는 데스틸의 사조이자 건축과 디자인을 관통하는 원리입니다.

게리트 리트벨트는 슈레더 하우스를 디자인하면서 2차원 몬드리안의 회화의 원리를 3차원으로 가져오려고 하였습니다. 회화의 긴장감이 3차원으로 어떻게 가져올지 고민하여 디자인한 리트벨트 하우스는 20세기 초까지의 건물을 쌓아서 올리는 축조의 원리를 적용하는 대신에 조립하여 끼우는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적청의자 또한 부재와 부재가 연결된 접합부분이 시각적으로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연결고리의 시각적인 완성도를 고려하는 원리를 의자와 집 모두에서 동시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핀란드의 자연적인 형태와 기능, 알바 알토

핀란드에는 호수와 자작나무가 많습니다. 이에 따라 풍부한 물과 나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오래 전부터 중요한 화두로 자리잡았습니다.

전형적인 핀란드 지형에 알바 알토가 디자인한 마이레아 주택 뒤 풀장을 보면, 풀장의 형태가 사각형이 아니라 유연한 곡선입니다. 핀란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호수의 유기적인 형태를 어떻게 디자인 언어로 치환할 것인가를 고민한 결과물입니다.

알토 체어의 팔걸이 및 다리 부분은 핀란드 호수의 형태를 구조로 치환한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자작나무로 만들어졌습니다. 반면 등판 겸 좌판 부분은 비행기 프로펠러에 쓰이는 재료로 이 의자는 핀란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료와 형태, 그리고 그 당시 최고의 재료를 함께 활용하였습니다.

알토는 핀란드가 지닌 지역적인 특성을 디자인으로 치환하면서 동시에 기능적으로도 뛰어나야 보편적 디자인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재료와 형태에서 지역의 가치를 살리며 더불어 현대적인 것을 접목하게 디자인한 것이지요.


유지해야하는 가치에 환경 어휘를 덧붙여, 노먼 포스터

노먼 포스터는 친환경 원리를 가장 잘 사용하는 건축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가 디자인한 런던 시청은 인공조명을 많이 사용하지 않아도 괜찮도록, 건물을 사각형으로 설계하는 대신 옆으로 밀어 햇빛을 받는 면적을 늘렸습니다. 또한 개폐가 가능하여 자연환기가 가능하며, 최상부에는 태양열 집열판을 설치해 일반적인 건물보다 에너지를 65% 가량 절감합니다.

런던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에너지를 많이 쓰는 기존 버스(좌)에 대한 대책으로 노먼은 새 버스 디자인의 초안(우)을 설계했습니다. 창문 면적이 늘어나고, 태양열 집열판, 전기차의 형태로 첨단 기술력을 통해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도록 하였으나, 반면 전반적으로 기존에 영국을 상징하는 빨간색 이층 버스의 형태와 디자인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전통의 가치와 환경적 어휘를 조화시키고자 했던 그의 생각이 버스 디자인에 반영되었습니다.


사람과 함께하기 위한 건축물 및 도시계획

Diana Memorial Fountain, London

런던 하이드 파크 내에 위치한 닐 포터의 분수는 프린세스 다이아나를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다이아나는 살아 있을 때 어린이를 위한 인도적 봉사활동을 많이 함으로써 전 세계인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았습니다.

평상시에 다이아나를 기억할 수 있도록 공공장소에 자리하여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고, 좌우로 흐르는 형태의 분수는 위치에 따라 물이 잔잔하게 흐르기도, 거칠게 흐르기도 하는 등 바닥 패턴을 디자인하여 마치 인생사의 굴곡을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다이아나라는 한 사람에 대한 본질적 이해를 디자인으로 치환한 것입니다.


Truman Brewery, London

이스트 앤드의 전형적 공업지대에 위치한 맥주공장은 20세기에 첨단화 및 대형화에 따라 도시 외곽으로 대부분 이전하였고 이에 따라 대부분이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런던은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던 중 예술가들이 불법으로 작업실로 활용하는 것을 발견하였고, 가난한 예술가들에게 싸게 임대하는 방향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버려진 건물을 작게는 3평에서 크게는 300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간을 나누어 작가들에게 스튜디오로 임대해주고, 전시장, 기념품 가게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였습니다. 건물 자체는 그대로이지만 어떻게 하면 재활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대답으로 작가들의 활동을 장려하고 세계인들이 주목할만한 전시를 유치하여 결과적으로 영국의 이스트 앤드는 수많은 예술가들이 머무는 영국 창조산업의 중심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런던시는 창고에 불법으로 점거한 예술가를 내쫓기보다 합법적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지속적으로 아이디어를 발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소통하고자 하였던 것입니다.


Duisburg-nord, Duisburg

유럽 최대 규모의 티센제철소는 제2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기능이 축소되어 차츰차츰 가동을 중단했고 1985년에 이르러 완전히 문을 닫았습니다. 현상설계를 통해 당선된 피터 라츠는 60만평의 제철소에 남은 각종 시설과 공간을 모두 분석하여 각각에 맞는 역할과 기능을 새롭게 부여했습니다.

용광로는 암벽 등반 코스로, 물과 기름 수송관은 미끄럼틀로, 창고는 박람회를 위한 공간으로. 그런가 하면 밤이 되면 녹슨 철이 주는 우중충한 이미지를 탈바꿈하기 위하여 아름다운 야간 조명을 설치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버려진 제철소는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24시간 가동하는 친환경 공원이 되었습니다. 친환경이란 개념을 사람이 머물고 사용할 수 있도록, 도시에서 버려지고 방치한 시설을 재활용하는 개념으로 바꾼 뒤스부르크 환경공원은 오늘날 결혼식, 약혼식, 동문회, 연회, 집회, 자전거 도로, 캠핑 등 다양한 사람들이 즐기는 유쾌한 장소입니다.

humanity를 중심으로

위에서 보여주는 사례들을 관통하는 개념이 무엇일까요? convergent와 divergent를 나누어 생각하지 않고 사람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관념, 철학, 사용 상황 등 사람을 중심으로 두 가지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입니다.
융합적 인간이라는 말과 비슷한 용어로는15세기 르네상스형 인간이 있습니다. 화가이자 조각가, 발명가, 건축가, 기술자, 해부학자, 식물학자, 도시계획가, 천문학자, 지리학자이자 음악가였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같이 다방면에서 뛰어나게 활약한 사람을 설명할 때 언급하는 용어입니다. 르네상스형 인간은 단순히 다양한 전문 분야를 섭렵한 사람이 아니라 그 분야들을 기반으로 새로운 생각을 해낼 수 있는 사람에 가까울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지닌 아이디어의 원천은 그들이 공부한 다양한 분야를 하나로 묶어줄 수 있는 ‘휴머니티 humanity’입니다.
르네상스형 인간의 핵심은 인간의 본성을 중심으로 세상의 원리를 터득하는 과정인데 이것이 결국 오늘날 우리가 강조하는 융합적 인재와 맥이 닿아 있습니다. 이처럼 전문화, 융합의 시대는 따로 분리된 개념이 아니며, 또한 융합 논의는 전문화 시대 이후에 다음 단계로 대두된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 전부터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왔습니다.
우리가 현재 지닌 기술력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인간을 중심으로 한 본질적 디자인 원리를 이해한다면 15세기 르네상스형 인간을 능가하는 창의적 인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글을 마치며

여기까지 김정후 박사님의 pxd talk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앞으로는 제 안에 있는 생각들과 새로운 생각들이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스스로를 되돌아보면서 저의 중심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야겠습니다. 귀한 시간에 좋은 말씀 해주신 김정후 박사님께 감사드립니다.

[참고##pxd tal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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