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운 로봇에 관한 영화, 빅 히어로(Big Hero 6)의 흥미로운 비하인드 이야기
2015. 3. 3. 07:50ㆍpxd 다이어리 & 소소한 이야기
2014년 11월, 미국 개봉 당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를 누르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빅 히어로(원제: Big Hero 6). 캐릭터, 스토리, 기술, 창의성, 게다가 유머까지... 그 어떤 것 하나 버릴 것 없는 디즈니의 54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 1월 한국에서 개봉했다. 디즈니와 마블의 첫 만남으로 유명한 이 애니메이션에 대해 흥미로운 비하인드 이야기들이 있어 정리해보았다.
먼저 이 작품은 디즈니와 마블의 시너지가 처음으로 발휘된 작품으로 큰 의미를 가진다. 2009년, 아이언 맨, 토르, 어벤져스 등으로 유명한 마블은 디즈니에 인수되었고, 이후 CEO인 밥 아이거의 권유로 디즈니에서는 마블 작품 중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각색이 가능한)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할 작품이 없는지 조사하였다.
당시 곰돌이 푸의 공동 감독이었던 Don Hall은 마블의 시리즈 물을 살펴 보던 중 덜 알려졌지만 아주 제목이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빅 히어로에 꽂혔다고 한다. 2011년, 그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제작할 작품으로 빅 히어로를 포함한 5개의 컨셉을 존 라세터에게 피칭하는데 결국 최종적으로 선택된 것이 빅 히어로였다. 이렇게 디즈니는 처음으로 마블 시리즈의 첫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을 컨펌한다.
Don Hall 감독
빅 히어로 원작
재미있는 것은 최대한 새로움과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당시 스토리 담당이었던 Paul Briggs는 빅 히어로 만화 시리즈 중 몇 권밖에 읽어보지 않았고, 각본을 담당한 Robert Baird는 이 만화를 전혀 보지 않았다는 점...
이렇게 탄생한 빅 히어로는 원작과 상당한 차이를 보여주는데, 원작의 배이맥스 캐릭터와 디즈니에서 재탄생한 베이맥스만 보아도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원작에서의 베이맥스 캐릭터
디즈니에서 재탄생한 베이맥스
당시 디즈니는 공식 제작 발표에서 "마블의 작품에 영감을 받아 코믹 북 스타일의 액션을 최대한 강조하였고 관객들이 디즈니에 기대하는 감동과 유머를 담고자 노력하였다"고 작품을 소개했는데, 아마도 영화를 봤다면 마블의 느낌과 디즈니의 느낌이 어떻게 잘 조화되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빅 히어로의 제작팀은 로봇에 대한 접근을 차갑거나 딱딱한 느낌과 다르게 뭔가 독창적으로 하고 싶었다. 이러한 노력이 결국 기존에는 보지 못했던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배이맥스의 탄생으로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배이맥스의 탄생은 단순히 제작진의 창조물이 아니라 철저한 리서치에 기반한 결과물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제작진은 초기에 로봇 테크놀로지에 관해 상당히 많은 리서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특히 배이맥스에 영감을 준 가장 큰 계기가 바로 이 리서치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제작 초기에 로봇 연구의 성지, 카네기 멜론 대학교의 로보틱스 랩을 방문한 제작팀은 이곳에서 시험 연구 중인 팽창식 비닐을 적용한 의료용 소프트 로보틱스를 발견하였고, 이것이 결국 베이맥스 캐릭터의 제작에 가장 큰 영감을 주게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소프트 로보틱스의 연구팀에 한국인 박용래씨가 있다고 한다).
카네기 멜론의 소프트 로보틱스
이러한 소프트 로보틱스의 과학적 지식에 제작팀의 상상력이 더해졌고 그 동안 봐온 로봇과는 확연히 다른, 하나도 위협적이지 않고 너무나 사랑스러운 배이맥스가 탄생하게 된다(롤리팝을 들고 있는 이 모습은 정말 너무 사랑스럽다!!).
사실 로봇이라기 보다는 커다란 인형같은 느낌인데, 이 캐릭터를 디자인한 Jin Kim은 최근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웃집 토토로에 대한 오마주로 배이맥스와 주인공 히로를 넣은 아트웍을 텀블러에 최근에 공개했다. 이런 맥락을 보면 아마도 캐릭터 디자인을 하면서 기존의 로봇 보다는 오히려 토토로와 같은 포근한 느낌을 더욱 살려서 탄생한 것이 베이맥스가 아닐까 싶다.
또 다른 이야기들이지만, 영화 전반속에 흐르는 geeky한 컨텐츠(3D 프린터, 히로가 다루는 터치 인터페이스, 프로토타이핑 등)들은 지금의 기술 문화에 대한 러브레터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영화에 나온 마이크로봇의 아이디어도 제작진이 MIT의 로보틱스 랩을 방문하면서 얻은 영감을 기반으로 탄생했다고 알려져있다.
이번 빅 히어로에서 쓰인 기술은 '빛의 표현'에 집중되어 있다. 빛이라 함은 사실 일상생활에서는 크게 인식하지 않을 정도로 당연한 것이지만 이것을 기술적으로 재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라고 한다. 아주 기초적으로 접근해보자면(사실 아는게 이게 전부다...) 빛에는 광원이 있다. 빛은 물체에 반사되고 반사된 빛은 또 다른 물체에 반사되면서 상호작용이 계속 이루어지며 동시에 그림자도 발생한다. 각도, 밝기, 그림자, 반사 등 이러한 작용이 우리가 마주하는 일상에서는 거의 무한대로 이루어진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빅 히어로에서는 이 무한대에 가까운 빛의 표현을 Global Illumination이라는 이름으로 기술적으로 해결하는데 성공한다!
Global Illumination에 관한 디즈니 CTO, Andy Hendrickson의 발표장면
빅 히어로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역사상 처음으로 빛의 표현 문제를 풀어낸 작품이다. 그런데 이것을 푼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은게 저 많은 현상을 동시에 처리해야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것을 렌더링하기 위해 디즈니는 소프트웨어 '하이페리온'을 개발했다 (월트디즈니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시작한 창고의 위치 이름, Hyperion Ave에서 따왔다).
디즈니의 입장에서도 처음으로 시도하는 어려운 기술인지라 성공을 다짐할 수 없어서 항상 플랜B로 겨울왕국에서 썼던 것을 그대로 쓰는 것도 고려할 정도였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2년의 시간을 들여 전세계 75번째 슈퍼컴퓨터에 등재된, 겨울왕국보다는 4배로 복잡한 기술 문제를 해결한 하이페리온을 개발하는데 성공한다.
이전 작품들과의 렌더링 시간 비교
하이페리온은 100억개의 광선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고 하는데(Aㅏ....) 자세히 뜯어 보면 100억개의 광선이 각각 가지는 조도, 방향, 그림자, 그리고 무한대로 반사되는 현상까지 모두 계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수많은 건물과 물체들과의 상호작용도 있으니...어마어마하다...). 하이페리온을 위해 데이터 센터가 필요했던 디즈니는 LA와 샌프란시스코에 데이터 센터를 만들어 렌더링 하는 동안 수많은 데이터들이 통신할 수 있게 했다고...
결국 이 하이페리온을 통해 빅 히어로는 각 장면에서 그 동안의 애니메이션에서 구경할 수 없었던 아주 디테일하고 깊이를 더한 장면들을 만들 수 있었다. 특히 비닐로 이루어진 배이맥스에 투영되는 빛과 은은한 반사는 하이페리온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거라고 한다 (결국 배이멕스가 풍기는 포근한 아우라 뒤에는 어마어마한 기술적 노력이 있었던 것이다...ㅜㅜ!)
빅 히어로의 기술적 대단함은 빛의 표현 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배경인 '샌프란소쿄'에서도 드러나는데 이게 그냥 대충 만든 도시가 아니다(...) 제대로 알고보면 보이지 않는 디테일까지 고려해 완전히 하나의 도시를 재창조한 것이다.
샌프란소쿄의 모습
디즈니는 이 도시를 위해 실제 샌프란시스코 및 자치구의 세무서 자료를 구입하여 참고하였다. 특히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데니즌'을 이용해 700명이 넘는 캐릭터들을 만들고, 8만개가 넘는 빌딩과 26만개의 나무들, 그리고 21만개의 가로수 등(각각 다른 스타일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가장 놀라운 것은 겉보기에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 디테일도 가득가득 채웠다는 점인데, 각 빌딩 혹은 가정집 안에 있는 거실이나 사무실 등 모두 작업하여 채워넣었다고... 이유는 히로와 배이맥스가 도시를 완전 날아다니면서 구석구석을 보여주기 때문인데, 어쨌든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때 단순히 겉모습으로 도시를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도 살린 것에서 디즈니의 디테일함이 느껴진다.
샌프란소쿄 작업 초반 모습
샌프란소쿄 작업 후반 모습
이쯤되면 디즈니의 다음 작품이 궁금해지는데 CTO인 Andy Hendrickson은 현재 하이페리온이 아주 많은 털(?)을 처리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다음 애니메이션으로 동물들의 세계를 건설중이라고 한다(아마도 The Good Dinosaur가 아닐까 싶다). 도대체 얼마나 더 디테일을 살렸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빅히어로에 대해 개인적으로 찾다가 Andy Hendrickson의 태도가 참 인상적으로 다가왔었다. 이 대단한 것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싶었는데 그의 대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지나치게 멀리 보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기준으로 복잡한 기술적 과제들을 하나씩 해결해나간다는 것. 그런 태도로 디즈니는 지금까지 라푼젤, 겨울왕국, 그리고 빅 히어로 까지 수많은 기술적 문제들을 뛰어 넘었던게 아닐까 싶다. 그럼 마지막으로 귀여운 배이멕스로 마무리!
(이 글은 저의 개인블로그에서 이미 공개된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출처: https://minspirations.wordpress.com/2015/02/15/disney-big-hero-6-behind-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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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와 마블의 첫 만남
먼저 이 작품은 디즈니와 마블의 시너지가 처음으로 발휘된 작품으로 큰 의미를 가진다. 2009년, 아이언 맨, 토르, 어벤져스 등으로 유명한 마블은 디즈니에 인수되었고, 이후 CEO인 밥 아이거의 권유로 디즈니에서는 마블 작품 중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각색이 가능한)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할 작품이 없는지 조사하였다.
당시 곰돌이 푸의 공동 감독이었던 Don Hall은 마블의 시리즈 물을 살펴 보던 중 덜 알려졌지만 아주 제목이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빅 히어로에 꽂혔다고 한다. 2011년, 그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제작할 작품으로 빅 히어로를 포함한 5개의 컨셉을 존 라세터에게 피칭하는데 결국 최종적으로 선택된 것이 빅 히어로였다. 이렇게 디즈니는 처음으로 마블 시리즈의 첫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을 컨펌한다.
Don Hall 감독
빅 히어로 원작
재미있는 것은 최대한 새로움과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당시 스토리 담당이었던 Paul Briggs는 빅 히어로 만화 시리즈 중 몇 권밖에 읽어보지 않았고, 각본을 담당한 Robert Baird는 이 만화를 전혀 보지 않았다는 점...
이렇게 탄생한 빅 히어로는 원작과 상당한 차이를 보여주는데, 원작의 배이맥스 캐릭터와 디즈니에서 재탄생한 베이맥스만 보아도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원작에서의 베이맥스 캐릭터
디즈니에서 재탄생한 베이맥스
당시 디즈니는 공식 제작 발표에서 "마블의 작품에 영감을 받아 코믹 북 스타일의 액션을 최대한 강조하였고 관객들이 디즈니에 기대하는 감동과 유머를 담고자 노력하였다"고 작품을 소개했는데, 아마도 영화를 봤다면 마블의 느낌과 디즈니의 느낌이 어떻게 잘 조화되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사랑스러운 로봇, 배이맥스의 탄생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로봇의 모습은 뭔가 딱딱하고 차가운 로봇인 경우가 많다. 그 동안 수없이 봐온 애니메이션에서의 로봇은 대체로 아래와 같은 느낌이었다.하지만 빅 히어로의 제작팀은 로봇에 대한 접근을 차갑거나 딱딱한 느낌과 다르게 뭔가 독창적으로 하고 싶었다. 이러한 노력이 결국 기존에는 보지 못했던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배이맥스의 탄생으로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배이맥스의 탄생은 단순히 제작진의 창조물이 아니라 철저한 리서치에 기반한 결과물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제작진은 초기에 로봇 테크놀로지에 관해 상당히 많은 리서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특히 배이맥스에 영감을 준 가장 큰 계기가 바로 이 리서치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제작 초기에 로봇 연구의 성지, 카네기 멜론 대학교의 로보틱스 랩을 방문한 제작팀은 이곳에서 시험 연구 중인 팽창식 비닐을 적용한 의료용 소프트 로보틱스를 발견하였고, 이것이 결국 베이맥스 캐릭터의 제작에 가장 큰 영감을 주게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소프트 로보틱스의 연구팀에 한국인 박용래씨가 있다고 한다).
카네기 멜론의 소프트 로보틱스
이러한 소프트 로보틱스의 과학적 지식에 제작팀의 상상력이 더해졌고 그 동안 봐온 로봇과는 확연히 다른, 하나도 위협적이지 않고 너무나 사랑스러운 배이맥스가 탄생하게 된다(롤리팝을 들고 있는 이 모습은 정말 너무 사랑스럽다!!).
사실 로봇이라기 보다는 커다란 인형같은 느낌인데, 이 캐릭터를 디자인한 Jin Kim은 최근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웃집 토토로에 대한 오마주로 배이맥스와 주인공 히로를 넣은 아트웍을 텀블러에 최근에 공개했다. 이런 맥락을 보면 아마도 캐릭터 디자인을 하면서 기존의 로봇 보다는 오히려 토토로와 같은 포근한 느낌을 더욱 살려서 탄생한 것이 베이맥스가 아닐까 싶다.
또 다른 이야기들이지만, 영화 전반속에 흐르는 geeky한 컨텐츠(3D 프린터, 히로가 다루는 터치 인터페이스, 프로토타이핑 등)들은 지금의 기술 문화에 대한 러브레터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영화에 나온 마이크로봇의 아이디어도 제작진이 MIT의 로보틱스 랩을 방문하면서 얻은 영감을 기반으로 탄생했다고 알려져있다.
빛의 표현을 해결한 디즈니의 기술력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작품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은 시간이 갈수록 깊어지고 디테일해진다. 라푼젤의 머릿결이 그랬고, 겨울왕국에서의 눈이 그랬다. 이번에 나온 빅 히어로는 자세히 알고 보면 그 동안 보여준 기술 이상으로 진일보한 디즈니의 기술력을 볼 수 있는 영화다. 사실 우리같은 일반 관객들은 참 디테일하고 대단하다! 라고 생각하겠지만, 그 기술의 비하인드는 생각보다 어마어마하다. 디즈니의 기술력은 이미 학계에서도 정평이 나있는데 컴퓨터 그래픽과 관련해 최고의 권위를 가지는 학회인 SIGGRAPH에서 항상 디즈니는 그 해의 애니메이션에 적용된 기술을 발표해왔다.이번 빅 히어로에서 쓰인 기술은 '빛의 표현'에 집중되어 있다. 빛이라 함은 사실 일상생활에서는 크게 인식하지 않을 정도로 당연한 것이지만 이것을 기술적으로 재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라고 한다. 아주 기초적으로 접근해보자면(사실 아는게 이게 전부다...) 빛에는 광원이 있다. 빛은 물체에 반사되고 반사된 빛은 또 다른 물체에 반사되면서 상호작용이 계속 이루어지며 동시에 그림자도 발생한다. 각도, 밝기, 그림자, 반사 등 이러한 작용이 우리가 마주하는 일상에서는 거의 무한대로 이루어진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빅 히어로에서는 이 무한대에 가까운 빛의 표현을 Global Illumination이라는 이름으로 기술적으로 해결하는데 성공한다!
Global Illumination에 관한 디즈니 CTO, Andy Hendrickson의 발표장면
빅 히어로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역사상 처음으로 빛의 표현 문제를 풀어낸 작품이다. 그런데 이것을 푼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은게 저 많은 현상을 동시에 처리해야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것을 렌더링하기 위해 디즈니는 소프트웨어 '하이페리온'을 개발했다 (월트디즈니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시작한 창고의 위치 이름, Hyperion Ave에서 따왔다).
디즈니의 입장에서도 처음으로 시도하는 어려운 기술인지라 성공을 다짐할 수 없어서 항상 플랜B로 겨울왕국에서 썼던 것을 그대로 쓰는 것도 고려할 정도였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2년의 시간을 들여 전세계 75번째 슈퍼컴퓨터에 등재된, 겨울왕국보다는 4배로 복잡한 기술 문제를 해결한 하이페리온을 개발하는데 성공한다.
이전 작품들과의 렌더링 시간 비교
하이페리온은 100억개의 광선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고 하는데(Aㅏ....) 자세히 뜯어 보면 100억개의 광선이 각각 가지는 조도, 방향, 그림자, 그리고 무한대로 반사되는 현상까지 모두 계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수많은 건물과 물체들과의 상호작용도 있으니...어마어마하다...). 하이페리온을 위해 데이터 센터가 필요했던 디즈니는 LA와 샌프란시스코에 데이터 센터를 만들어 렌더링 하는 동안 수많은 데이터들이 통신할 수 있게 했다고...
결국 이 하이페리온을 통해 빅 히어로는 각 장면에서 그 동안의 애니메이션에서 구경할 수 없었던 아주 디테일하고 깊이를 더한 장면들을 만들 수 있었다. 특히 비닐로 이루어진 배이맥스에 투영되는 빛과 은은한 반사는 하이페리온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거라고 한다 (결국 배이멕스가 풍기는 포근한 아우라 뒤에는 어마어마한 기술적 노력이 있었던 것이다...ㅜㅜ!)
빅 히어로의 기술적 대단함은 빛의 표현 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배경인 '샌프란소쿄'에서도 드러나는데 이게 그냥 대충 만든 도시가 아니다(...) 제대로 알고보면 보이지 않는 디테일까지 고려해 완전히 하나의 도시를 재창조한 것이다.
샌프란소쿄의 모습
디즈니는 이 도시를 위해 실제 샌프란시스코 및 자치구의 세무서 자료를 구입하여 참고하였다. 특히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데니즌'을 이용해 700명이 넘는 캐릭터들을 만들고, 8만개가 넘는 빌딩과 26만개의 나무들, 그리고 21만개의 가로수 등(각각 다른 스타일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가장 놀라운 것은 겉보기에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 디테일도 가득가득 채웠다는 점인데, 각 빌딩 혹은 가정집 안에 있는 거실이나 사무실 등 모두 작업하여 채워넣었다고... 이유는 히로와 배이맥스가 도시를 완전 날아다니면서 구석구석을 보여주기 때문인데, 어쨌든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때 단순히 겉모습으로 도시를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도 살린 것에서 디즈니의 디테일함이 느껴진다.
샌프란소쿄 작업 초반 모습
샌프란소쿄 작업 후반 모습
이쯤되면 디즈니의 다음 작품이 궁금해지는데 CTO인 Andy Hendrickson은 현재 하이페리온이 아주 많은 털(?)을 처리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다음 애니메이션으로 동물들의 세계를 건설중이라고 한다(아마도 The Good Dinosaur가 아닐까 싶다). 도대체 얼마나 더 디테일을 살렸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빅히어로에 대해 개인적으로 찾다가 Andy Hendrickson의 태도가 참 인상적으로 다가왔었다. 이 대단한 것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싶었는데 그의 대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지나치게 멀리 보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기준으로 복잡한 기술적 과제들을 하나씩 해결해나간다는 것. 그런 태도로 디즈니는 지금까지 라푼젤, 겨울왕국, 그리고 빅 히어로 까지 수많은 기술적 문제들을 뛰어 넘었던게 아닐까 싶다. 그럼 마지막으로 귀여운 배이멕스로 마무리!
(이 글은 저의 개인블로그에서 이미 공개된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출처: https://minspirations.wordpress.com/2015/02/15/disney-big-hero-6-behind-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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