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공발전소와의 2박3일 워크숍 이야기

2015. 4. 27. 07:50pxd 다이어리 & 소소한 이야기
알 수 없는 사용자

사람들이 즐거워할 때를 연구하는 사람들과
사람들이 불편해할 때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만나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요?

지난 3월 12일~14일(2박 3일)에 진행되었던 pxd와 놀공의 워크숍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워크숍 영상 보기
varnolgong + pxd + c_program = 놀력폭발!!한겨울 설원에서 즐거운 놀궁리로폭풍같은 신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차근 차근 정리된 pxd의 play! 정신없이 튀어다니는 nolgong의 play! 그리고 C-program 의 놀거리!!우선 그 일부를 짧은 영상에 담아봤습니다.#허브나라 #nolgong #pxd #c_program #재미있는게이기는거다 #노력금지
Posted by 놀공발전소 on Wednesday, March 18, 2015


이번 워크숍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회사가 서로의 방법론을 교류하고 상호 보완할 수 있는 자리가 되도록 준비되었습니다.

총 2박 3일 일정으로 첫 날은 pxd의 Design Thinking workshop, 둘째 날은 놀공의 Game workshop, 셋째 날은 pxd의 LEGO Serious play workshop이 진행되었습니다.

자, 그럼 지금부터 저희가 경험하고 배운 내용들을 함께 보실까요?

1. 첫째 날: Design Thinking (pxd 진행)


디자인씽킹 첫번째 시간은 송영일 책임 연구원의 개념 강의로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강의에서는 RVP(Real Valuable Problem)와 빠른 프로토타이핑(Rapid prototyping) 개념이 다루어졌는데요.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RVP(Real Valuable Problem) 
우리가 해결해야 할 정말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RVP입니다. 바로 문제의 정의(Defining the problem)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잘못된 문제 정의는 이후 과정 모두에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과정입니다. 좋은 문제 정의일 수록, 더 근본적이고 넓은 범위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디자인 씽킹의 공감하기, 문제 정의하기 단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빠른 프로토타이핑(Rapid protytyping) 
빠른 프로토타이핑은 머릿 속 아이디어를 빠르게 현실 속 결과물로 옮겨 아이디어를 발전 시켜나가는 개념입니다. 디자인 씽킹의 공감하기->문제 정의하기->아이디어 생각하기->프로토타입->테스트의 네번째 단계에 있지만, 때론 프로토타입부터 단계를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참고 :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란?



워크숍 실습에선 주어진 주제에 관해 팀별로 각자 RVP 후보들을 생각해보고 이후 워크숍 인원 전체가 각 팀별 RVP에 대해 투표하여 팀별 핵심 RVP들을 선택하였습니다.


이후 팀별 프로토타입으로 발전시킨 뒤, 다른 팀과 결과물을 공유하고, 피드백을 반영하여 다시 결과물을 발전시키는 과정으로 워크숍이 진행되었습니다.

워크숍에선 시간 부족으로 인해 제대로 된 RVP를 정의하는 것보다는 과정을 경험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진행되었습니다. 30분만에 하나의 주제에 관한 제대로 된 RVP를 정의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또한 이후 과정이 모두 RVP의 방향과 범위에 영향을 받는 것을 보며 RVP가 프로젝트 전체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진행된 빠른 프로토타이핑 과정에선 실제로 만든 결과물을 통해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것의 힘을 직접 체감했습니다. 결과물은 종이컵과 찰흙, 포스트잇 등으로 빠르게 만들어진 탓에 보기엔 다소 엉성해보였지만, 그 안에 담긴 아이디어의 내용과 깊이는 워크숍 시간에 비해 풍성했으며, 만약 같은 시간동안 일반적인 방식의 회의를 통해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다면 이런 정도의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을까하는 물음을 던지는 순간, 빠른 프로토타이핑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워크숍은 2회에 걸쳐 진행되었고 열띤 참여 열기로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겨 밤 12시가 다 되서야 마무리 되었습니다.

2. 둘째날 : 게임 워크숍(놀공발전소 진행)

1) 숫자게임


둘째날은 간단한 ‘숫자게임'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숫자게임
  1. 첫 턴에 3가지 숫자를 각자 배정받는다. 배정받은 카드는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위치시킨다.
  2. 배정받은 숫자 하나당 두 장씩 복제해서 총 6개의 숫자를 보유한다.
  3. 매턴 진행자는 3가지의 수열 조합을 제시하며, 보유한 숫자로 만들 수 있는 조합이 있으면, 이를 제출하고 1점을 획득한다.
  4. 매턴 시작할 때마다 필요시 다른 사람이 가진 숫자와 본인의 숫자를 교환하여 새로운 숫자를 복제하여 부족한 숫자를 충당하며 진행한다.

이 날 저희가 경험한 숫자 게임은 훗날 ‘똥 주세요'로 발전한 게임의 프로토타입 버전이었습니다. 숫자 게임이 전하는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트럼펫 카드'를 통한 프로토타이핑
숫자, 기호, 종류 등의 요소를 갖추고 있는 트럼펫 카드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많은 정보가 전달된 상태로 게임의 초기 프로토타이핑 도구로서 유용합니다. 하지만 이미 가지고 있는 다른 게임의 경험을 토대로 행동할 위험이 있다는 단점 또한 존재하여 자칫 여기에 얽매이기 쉽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관계 맺기'가 게임의 목적
숫자 게임은 아이스브레이킹를 목적으로 기획된 게임입니다. 한정된 숫자를 서로 교환하며 수열을 맞춰나가므로 턴이 점점 더 진행될 수록 전체 인원의 획득 점수는 결국 평준화된다는 점에서 게임의 목적이 경쟁이 아니라는 점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게임에서는 그 대신 서로 숫자를 교환하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말을 걸고 대화를 시작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적으로 이 부분에서 ‘관계 맺기'가 일어나게 됩니다.
확률을 배분하는 진행자의 역할
매턴 새로운 수열을 제시하는 진행자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확률 배분입니다. 게임의 참여자는 보통 균등한 확률을 기대하게 되는데, 이를 어떻게 만들어나가느냐는 전적으로 진행자의 손에 달려 있게 됩니다. 이러한 확률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쏠림 현상이 발생하면 게임의 참여자는 점점 게임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되고 이탈 현상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코어 메카닉(Core mechanic)
게임에 참여한 사람이 매 순간 하는 활동을 의미하는 말로 게임을 둘러싼 전체적인 경험을 이루는 반복적인 활동을 가리킵니다. 게임을 설계하는 디자이너가 경험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코어 메카닉에 녹아 있는 것이 메시지 전달에 가장 효과적입니다.(출처 : 노력금지, 놀공발전소, 2013)

2) 팅커링(Tinkering)

오후에는 게임 디자인 방법론 중 하나인 ‘팅커링(Tinkering)’을 활용한 워크숍이 진행되었습니다. Tinker란 ‘어설프게 손보다', ‘땜질하다'와 같은 뜻을 가진 단어로 역시 방법론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빠른 프로토타이핑'을 의미합니다.

팅커링 워크숍 과정
  1. 각 팀별로 고무장갑, 고무링, 종이판, 칼 모양 풍선, 솜털공, 빨대, 캠핑 의자 등 다양한 재료를 무작위로 배분
  2. 팀끼리 서로 없는 재료들을 교환
  3. 재료들을 직접 이어 붙이고 만지고 조합하며 바로 1차 프로토타입 게임 제작
  4. 1차 프로토타입의 설명만을 듣고 ‘가장 재밌을 것 같은 게임' 투표
  5. 1차 프로토타입 완성 후 각기 다른 팀이 게임을 직접 진행해보고 피드백
  6. 피드백을 반영하여 2차 프로토타입 제작
  7. 이러한 과정을 반복
  8. 마지막엔 ‘실제로 해본 결과 가장 재밌었던 게임' 투표

사진은 처음 ‘가장 재밌을 것 같은 게임'에선 반응이 시큰둥했지만, 마지막 ‘실제로 해본 결과 가장 재밌었던 게임' 투표에선 당당히 1위를 기록했던 ‘용용 죽겠지' 게임 장면입니다. 두 명은 고무링을 흔들어 방해하고 두 명은 고무링을 붙잡아 빨래 집게를 고무링 사이에 많이 꽂으면 이기는 게임입니다.

팅커링 과정의 주요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디자인 씽킹과 일란성 쌍둥이
그렇습니다. 빠른 실전 프로토타이핑과 피드백을 통해 아이디어를 발전시켜나간다는 점에서 디자인 씽킹과 팅커링은 굉장히 유사합니다. 단지 디자인 씽킹은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데’ 목적이 있다면, 팅커링은 ‘게임을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는 차이가 있을 뿐, 두 방법론의 핵심적인 맥락은 같습니다.
Base-line Shifting Syndrome
팅커링은 팀들이 돌아가면서 반복적으로 피드백을 내놓게 되는데 이전에 게임을 경험하고 피드백을 제공했던 유경험자가 한 텀이 지나고 다시 피드백을 제공할 경우 본인이 이전에 했던 경험을 기준으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그 피드백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선 안됩니다. 유경험자는 백지상태에서 게임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새 이전의 경험을 기본 기준선으로 설정하고 다시 경험을 받아들여 경험을 왜곡하기 쉽습니다. 따라서 유경험자의 피드백은 언제나 이러한 부분을 감안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사람은 통제가 안된다
어느 시스템이나 그 시스템의 룰을 뚫고 나가버리는 ‘파괴자'는 언제나 나오기 마련입니다. 이 때 ‘파괴자'를 막으려 하기보다는 파괴자가 혼자 시스템을 파괴하며 나가더라도 나머지 사람들은 온전히 자신의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3) MoMAK

오후부터 저녁시간까지 진행된 MoMAK은 놀공의 대표 게임 중 하나로, 대규모 인원이 각자의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실시간으로 함께 진행되는 게임입니다.

MoMAK
  1.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자원 개발 투자를 통해 투자 수익금을 올려나가는 게임
  2. 두 팀으로 나눠 진행. 서로 개입하진 않음
  3. 팀내 인원들은 각자 2,3가지의 서로 다른 자원 분야를 맡게 됨
  4. 전략적 판단으로 투자 방향을 정하고 이에 맞춰 각자 개인 자산을 늘리거나, 팀을 위한 투자로 환원하는 과정을 거듭하며 매턴 진행. 매턴 팀 단위와 개인 단위 행동이 병행되는 구조(자세한 룰은 블로그에 전부 담기엔 다소 내용이 길어 생략합니다)
  5. 정해진 턴이 지난 후, 총 수익 비교를 통해 승리팀 결정

코어 메카닉
실제해 본 느낌은,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게 되는 게임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자산을 늘리는 과정'에 숨겨진 코어 메카닉 때문입니다. 매 턴마다 처음 5분간은 자원 가격이 실시간으로 요동치고, 이를 구입/판매하여 만든 차익으로 자산을 늘려가게 되므로 이 가격에서 도무지 눈을 뗄 수 없게 됩니다. 게다가 이 5분 중간중간에도 자원 가격이 노출되는 스크린이 계속해서 위치가 바뀌기 때문에 끊임없이 자리를 이동하며 자신이 투자한 자원의 상황을 주시해야 합니다.
팀 단위 협업 경험
전체적인 투자 전략을 정하고 팀원들이 이에 발맞춰 자신의 세부 역할을 수행해나가는 게임의 구조는 자연스럽게 팀 단위 협업 경험을 이끌어내게 됩니다. 각자 가지고 있는 자원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게임에선 모두 필요한 존재가 되며 상황에 따라선 각자가 가지고 있는 자산을 필요한 팀원에게 재분배해야하는 상황도 다수 연출됩니다.

역시 MoMAK은 놀공의 대표 게임이라는 명성답게 높은 몰입도의 게임 경험을 선사했습니다. 약 4시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게임이 진행되었음에도 체감상으론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말 그대로 놀공의 노하우가 집대성된 코어 메카닉의 향연이었습니다. 또한 짧은 시간동안 팀 단위 협업 경험을 강하게 경험할 수 있어 왜 MoMAK이 그동안 여러 회사의 사내 워크숍 도구로도 각광 받아왔는지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3. 셋째날 : LEGO Serious play(pxd 진행)


드디어 마지막 셋째날이 밝았습니다. 마지막 날은 LEGO를 통해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어보는 LEGO Serious play가 진행되었습니다. 진행된 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LEGO Serious play
  1. 나의 아이덴티티
  2. 내가 생각하는 우리 팀원의 아이덴티티
  3. 우리가 하는 일(UX디자인, 게임디자인)에 대한 생각

LEGO Serious play의 핵심은 바로 '손으로 생각하기(Thinking by hand)'입니다.

손으로 생각하기(Thinking by hand)
‘손으로 생각하기’는 머릿 속으로만 고민하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다소 부족함이 있더라도 일단 떠오르는 것들을 직접 손으로 만들고 팀원들과 공유하며 아이디어를 발전시키자는 개념입니다. LEGO Serious play에선 이를 위해 일단 레고를 만지고, 직접 만들면서 생각을 발전시켜나가라고 가이드합니다. 이렇게 실제 결과물을 만지면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면, 머릿 속으로만 생각했을 때 놓칠 수 있었던 아이디어의 발전 포인트들을 발견할 수 있게 됩니다. 또 이렇게 실제 만들어진 결과물을 활용하여 아이디어를 공유하면 직접 눈으로 확인함으로써 팀원 서로간의 오해를 줄일 수 있고, 피드백 역시 좀 더 구체적인 범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좀 더 나은 아이디어 발전 결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워크숍은 주어진 과제에 대해 결과물을 만들고 팀 내부적으로 각자 공유하는 순서로 진행되었습니다. 워크숍 과정에선 직접 만든 레고를 중심으로 저마다의 다양한 철학과 스토리가 펼쳐졌습니다. 팀원들 각자와 서로에 대한 깊이 있는 생각을 술 한 잔 하지 않고도 이렇게 나눌 수 있었던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사진은 놀공과 pxd가 만든 ‘우리가 하는 일'을 표현한 결과물의 흐름을 하나로 이어 표현한 것입니다. 사진 속 레고에 담긴 두 조직의 아이덴티티가 느껴지시나요?

이렇게 총 2박3일간의 일정이 모두 마무리 되었습니다. 



워크숍을 경험한 결과, 흥미롭게도 Design Thinking, Tinkering, Thinking by hand(LEGO serious play) 개념은 Rapid prototyping을 중심으로 서로 많이 닮아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세부적인 목적과 용도에는 각각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3가지 워크숍 모두 Rapid prototyping을 핵심 개념으로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이번 워크숍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조직의 성격과 색깔에 대해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고, 서로를 보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유익한 경험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두 회사가 서로 시너지를 만들며 더 좋은 발전을 이뤄나갈 수 있게 되길 기대합니다.

[참고##컨퍼런스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