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6. 23. 07:50ㆍUX 가벼운 이야기
2015년 2월, 온라인 교육 컨텐츠 플랫폼 에듀캐스트가 피엑스디에 ‘스타트업을 위한 온라인 UX강의 제작’을 제안해 왔습니다. 피엑스디는 그동안 내부에서 축적된 UX 전문성을 바탕으로 학회나 대기업 등에서 수십 차례 UX워크샵을 진행해 봤고, 여러 번의 개선 작업을 통해 안정적인 교육 컨텐츠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경험은 현장(오프라인) 워크샵에 한정될 뿐, 온라인 교육에 대해서는 경험이 없었습니다. 이전에도 온라인 교육에 대해 검토한 적은 있지만 '과연 온라인이라는 매체를 통해 우리가 바라는 교육 경험을 디자인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막혀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온라인 워크샵은 단점도 많지만 고유의 장점도 있습니다.
1)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수강생이 원하는 때에 들을 수 있다
2) 자신이 원하는 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해볼 수 있다
는 점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특히 자신의 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은, 기존 현장 워크샵이 시간의 제약 때문에 항상 쉽고 재밌는 주제를 가지고 실습했던 한계를 극복하게 해주기 때문에, 교육의 경험이 ‘특별한 순간’에 머물지 않고 ‘일상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온라인 워크샵의 ‘밝은 점’에 집중하면서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초기 강좌 컨셉과 퍼소나
위 두 장표가 가장 초기에 기획했던 강좌 컨셉과 강좌 타겟 퍼소나입니다. 온라인 강의의 가장 큰 단점인 ‘재미없고 지루하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강의의 형식을 TV 예능처럼 캐릭터와 스토리가 있는 모큐멘터리(허구의 상황이 실제처럼 보이게 하는 다큐멘터리 형식)로 시도해 보려 했습니다.
또한 강좌의 타겟 퍼소나로는 스타트업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스스로의 디자인에 자신감이 없는 디자이너를 선정했습니다. 스타트업의 디자이너들이 현재 자신의 서비스를 주제로 강좌 커리큘럼을 따라 워크샵을 진행하고, 이를 실제 업무 상황에서 무언가를 선택하거나 팀원들을 설득하는 순간마다 필요한 객관적 근거로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습니다.
일단 만들어보기
그럴듯하게 기획서는 작성해봤지만 모큐멘터리라는 형식이 과연 강의에 알맞을지는 찍어 보기 전까지 모를 일이었습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교육팀 구성원들이 직접 연기를 하면서 간단하게 프로토타입을 제작해 보았습니다. ‘스타트업에서 힘들어하는 디자이너가 상담을 위해 UX전문가를 찾아간다’는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강의는 UX전문가가 디자이너를 자연스럽게 코칭하면서 나오는 형식이었습니다. 막상 만들고 나니, '재미요소가 적다, 전반적으로 산만하다’라는 피드백을 받았고, 이를 통해 스토리 요소와 강의를 철저하게 분리시켜야 한다 는 것을 배웠습니다. 또, 우리는 배우가 아니기에 시원찮은 연기를 할 바에야 좀더 리얼리티를 살리는 방향으로 영상 형식의 방향을 잡았습니다.
온라인강의를 이용한 워크샵 직접 해보기
형식에 대한 방향이 어느 정도 잡히고 컨텐츠를 테스트했습니다. ‘내 프로젝트’로 진행한다는 게 말은 쉬워보이지만 과연 가능할까.. 이를 실험해 보기 위해 저희 팀이 직접 온라인으로 강의를 들으면서 저희 아이템인 ‘스타트업을 위한 온라인UX강의 제작’을 주제로 인터뷰-퍼소나-시나리오-프레임워크 스케치 프로세스로 진행되는 워크샵을 진행해 보았습니다. 강의 소스로는 얼마 전 사내 GUI그룹을 대상으로 송영일 책임연구원이 진행한 UX워크샵을 찍어뒀던 것을 사용했고, 참가 인원은 주임연구원 1명과 인턴 2명, 총 3명이 팀을 이뤄 2일 동안 진행했습니다.이 과정에서 크게 3가지 인사이트를 갖게 되었습니다.
1. 사례가 반드시 필요하다
스스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굵직한 개념은 강의를 보면 이해가 되는데 디테일한 부분에서 막힐 때가 있었습니다. 디테일에는 구구절절한 설명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해놓은 사례를 보면서 스스로 감을 잡는 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또 워크샵 내에서 다른 사람이 하는 질의응답이 흥미롭고 도움이 된다는 점도 사례나 예시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강의 컨텐츠에서 개념 강의만큼 중요한 비중으로 실제 스타트업의 사례와 이에 대한 피드백을 구성했습니다.2. 디자이너보다 디자인 업무를 담당하는 비(非) 디자이너가 UX강의를 더 궁금해 한다
내부적으로 워크샵을 진행하기 전에 7명 정도의 스타트업의 디자이너를 대상으로 사용자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기획 단계에서 저희 스스로 가정했던 디자이너 타겟 퍼소나(Assumption persona)와는 다르게, 실제로 만난 디자이너들은 UX방법론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태도를 취했습니다. 학교나 동아리 등에서 디자인 프로젝트를 할 때는 방법론대로 진행을 했지만, 속도가 중요하고 서비스 외에도 명함, 팜플렛 등 모든 디자인 업무를 소수의 디자이너가 처리해야 하는 스타트업에서는 방법론이 끼어들 틈이 없다는 것이었지요. 현재의 업무 방식에 100% 만족하는 것은 아니지만, 효과가 불확실한 새로운 시도를 하기에는 그들은 지쳐있는 상태였습니다.하지만 상대적으로 디자인 업무를 겸직하고 있는 스타트업 파운더들은 UX디자인에 큰 호기심을 보였습니다. 아직 회사 규모가 작아 정식 디자이너를 채용할 형편은 안되어서 자신이 디자인을 하고는 있지만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UX가 중요하다고는 하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가 이들의 고민이였습니다.
3. 혼자가 아니라 팀으로 진행해야 한다
초기 기획 단계에서 스타트업의 디자이너를 타겟으로 잡으면서 그렸던 강의 활용 시나리오는 디자이너 혼자 리서치를 하고 웹 템플릿을 활용해 문서를 작성하고, 이를 팀원들과 공유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워크샵을 진행해보니, 이 작업은 혼자 하기에는 너무 힘든 작업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또한 UX워크샵 과정 자체가 끊임없는 토론과 합의의 과정이기 때문에, 이 과정을 밟는 것 자체가 팀워크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이 과정을 통해 저희가 정한 Primary 퍼소나는 1) 팀원들과 함께 UX방법론을 실무에 적용해 괜찮은 디자인을 하고 싶고 2) 처음 UX를 시도하는 막막함을 해소하는 명확한 가이드가 필요한 사람입니다. 디테일보다는 큰 방향에 관심이 많은 편이고, 여행과 맛집을 좋아하는 활발한 성격이죠. 이후로 저희는 크고 작은 결정을 할 때 퍼소나를 떠올리며 진행해나갔습니다. 초반에 꽤 진지하게 고려하고 화면설계까지 마쳤던 ‘웹템플릿’의 경우 퍼소나가 웹에서 답답하게 혼자 작업하는 시나리오가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아 과감하게 진행을 멈출 정도로 저희 강좌의 전반적 방향을 결정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강의 테마 정하기
작년 초, pxd는 신입사원 교육으로 ‘해적, pxd를 약탈하라!’라는 해적 bootcamp를 진행했습니다. 각 부서 팀장님들로부터 ‘제발 신입분들이 해적질 좀 그만하게 해달라’라는 볼멘소리를 들을만큼 신입사원들의 몰입은 대단했습니다. 이후 하반기에 nhn NEXT의 ‘UX디자이너 되기’ 교육 과정으로 ‘네이버 서비스를 공격하라’라는 이름 하에 두 번째 해적 Bootcamp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온라인UX교육은 3차 해적 Bootcamp라 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스토리라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촬영 그리고 런칭
'사례가 반드시 필요하다'라는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한국에서 실제 서비스를 운영중인 스타트업 아이캐쳐와 에듀캐스트를 섭외해 직접 워크샵을 진행하며 강좌를 촬영했습니다. 촬영 첫날 UX개념과 인터뷰 워크샵을 한 후 약 1주일 동안 두 스타트업은 7~8명의 유저를 직접 인터뷰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퍼소나와 UX시나리오를 작성했고, 각 과정 중간에 프레임워크스케치를 계속 하면서 배운 걸 실전에 바로 써보는 식으로 진행했습니다.
그 후 편집과 워크샵을 직접 해보기 위한 도구를 모아놓은 SURVIVAL UX 툴킷 사이트 제작을 거쳐, 5월 25일과 6월 10일에 나눠 강의를 런칭했습니다. 과연 온라인UX워크샵팀은 크라켄(사용자)을 사로잡았을까요? 강좌 페이지에서 확인해 보세요.
*UX인터뷰
*UX퍼소나
*UX시나리오
SURVIVAL UX 툴킷 홈페이지
[참고##온라인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