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23. 07:50ㆍUI 가벼운 이야기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UX 현지화(localization) 전략은 총 3편의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1. 들어가며 (UT project)
지난 2편의 글에서는 현지화의 개념과 필요성, 그리고 예시를 통한 실질적인 고려 기준들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이번에는 pxd에서 최근 몇 개월 간 해외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배우고 느낀 점들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글로벌 서비스의 현지화’라는 최종 목표는 같지만 실제로 조사를 진행하게 되는 시점은 세부 목적에 따라 다양한 것 같습니다. 최근 진행했던 프로젝트는 대략 다음 정도로 나뉘네요.
- 서비스 업데이트에 따른 정기적인 진단 및 개선
- 글로벌 표준과 현지화 차별화 요소 발견
- 새로운 시장 런칭 전 점검
새로운 시장 런칭 전 점검 진행을 결정한 후, 글로벌 기업은 조사를 진행할 현지 업체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물론 직접 의뢰를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주로는 현재 pxd가 멤버로 있는 글로벌 파트너십 UXalliance의 다른 회원국을 통해 컨택했습니다. 의뢰할만한 현지업체를 찾기도 어렵고, 동시에 여러 국가를 조사할 때가 많아서인데요. UXa를 통하는 경우, 클라이언트 측에서 조사를 진행하려는 나라의 에이전시를 일일이 관리하지 않아도 UXa 회원사가 리드 에이전시(Lead agency)가 되어, 전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산출물의 형태와 질을 맞추기 때문에 실무자와 클라이언트 모두 커뮤니케이션하기에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프로젝트 사례
1) 진행과정
클라이언트, 리드 에이전시, 로컬 파트너 3인 커뮤니케이션 체제
해외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클라이언트뿐 아니라 여러 나라의 조사 상황을 관리하고 주도하는 리드 에이전시의 역할이 중요한데요. 여기서 로컬 파트너에게 제공할 모더레이터(인터뷰 진행) 가이드라인과 머티리얼(도구, 인쇄물 등)의 초기 설계를 담당합니다. 따라서 클라이언트, 리드 에이전시, 로컬 파트너가 함께 싱크를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콘퍼런스 콜이나 메일 등 충분한 사전 논의를 거칩니다. UT설계의 의도와 방향성을 파악하고, 필요하다면 현지에 맞게 다듬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시간 장소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
해외 프로젝트를 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입니다. 미국 같은 경우 12~14시간 정도, 유럽의 경우 7~8시간 정도의 시차를 가지고 있는데, 클라이언트와 매니징 회사 모두 실시간으로 인터뷰 상황을 관찰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스트리밍과 동시통역 환경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늦은시간에 4~5개의 세션을 연달아 진행하는 것이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하지요.
하지만 시차를 잘 이용할 수 있다면, 산출물에 대한 피드백이 더 효율적으로 오고 갈수도 있습니다. 세션 당일 모든 일정이 끝나면 그날의 주요 내용을 함께 되짚어 보기 위해 디브리프 문서(debrief. 간단한 요약한 일종의 보고서를 작성해서 보내거나 바로 디브리프 콜을 진행합니다. 진행 당시에는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오히려 정리 방향의 싱크를 맞출 수 있다 보니 이후 산출물을 정리하는 과정이 훨씬 수월하다는 장점도 있었습니다. 이후 회의는 최소화되고 메일 대신 코멘트를 통한 피드백으로 빠르게 결과가 정리됩니다.
2) 검증 항목과 프로세스
인터뷰 참여자에게 태스크를 주고 싱크 얼라우드(think aloud) 를 통해 사용성을 진단하고 니즈와 페인포인트를 발견하는 것은 동일했지만, 현지화를 위한 구체적인 검증 항목과 방식들이 추가되었습니다.
3) 결과물
모든 인터뷰가 끝나면 UT결과와 제안 내용을 담은 리포트와 원본 데이터(인터뷰 영상 등)를 주요한 산출물로 정리하게 됩니다. 리포트에는 다음의 내용들을 담습니다.
- 현지화 관점에서의 발견점/인사이트 정리
- 하이라이트 비디오 및 사용자 인용구
- 정량적 평가 결과 정리
- 개선점 제안
효율적인 메시지 전달을 돕는 하이라이트 영상과 인용구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여러 국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조사를 진행하다 보니, 모든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영상과 인용문구를 통해 객관성을 확보하고, 효율적으로 인터뷰의 대략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지인’ 관점의 개선점 제안
‘현지화’ 관점에서의 조사인만큼, 개선방향에 대해서 현지인인 ‘로컬 파트너사’의 의견이 중요시됩니다. 인터뷰 내용에 대한 상세한 문화적 배경이나 현지 상황을 설명해줄 수도 있고, 추가적인 리서치를 통해 부가적인 내용을 파악하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컨퍼런스콜을 하다 보면 인터뷰뿐 아니라 로컬 파트너사와의 커뮤니케이션 중에도 도움이 되거나 흥미롭게 여겨질 내용을 듣는 것 같습니다.
3. 배운점
상세한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현지화’를 목표로 하는 다양한 해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느낀 것들을 공유합니다.
1) 목적이 명확한 UT
사용자 조사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결과물은 기능 개선 같은 구체적인 수준에서부터 전략 단의 추상적인 수준까지 다양한데요. 이번 프로젝트들은 사용성 안에서도 ‘언어 적합성’이라는 구체적인 관점에 큰 비중을 두고 진행하였습니다.
- UI나 디자인, 인터랙션 관점은 최소화하고, 인터페이스에서 보이는 언어가 얼마나 태스크 완료에 방해가 되는지,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 것 같은지를 정성, 정량 데이터로 수집했습니다.
- 태스크를 통해 경험하는 화면이나 이동경로도 범위가 좁혀져 있었습니다. 조금 기계적이긴 하지만, 더 명확하고 정리할 포인트가 분명하게 보였습니다.
- 따라서 문제점만 짚고 끝나기보다는 왜 그렇게 느끼는지,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지까지 구체적으로 정리하기가 수월했습니다.
2) 장비 세팅 노하우
1. 세팅 환경이 복잡해짐에 따라 역할 분담이 명확해지고 노하우가 쌓였습니다.
동시통역과 원격 스트리밍은 장비나 인터넷 속도 등 다양한 환경의 개선을 요합니다. 어떨 때는 한글, 영어 스트리밍이 동시에 요구될 때도 있죠. 자연스레 모더레이터와 노트 테이커, 장비 담당, 통역 및 스트리밍 클라이언트 서포트 등의 역할이 정확히 분담되고, 몇 번의 경험을 쌓으면서 노하우도 쌓입니다. 미국 같이 크고 나라 안에서도 시차가 발생하는 곳은 원격으로 하는 업무가 저희보다 훨씬 일상화되어 있는데, 이런 기회들을 통해 원격으로 인터뷰를 할 수 있는 환경 세팅의 노하우가 생긴 점이 좋았고,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 상황에서도 회의나 조사 환경에 적용할 수 있었습니다.
2. 또 다양한 국가의 회사들과 일하며, 그들의 업무 방식과 도구를 사용해보고 벤치마킹할 수 있었습니다.
정형화된 리포트 형식, 타임스탬프를 활용하는 기록 툴, 카메라 장비나 화상통화 툴 등을 저희의 자산으로 만들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특히, 녹화와 스트리밍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GoToMeeting이라는 화상통화 툴을 요긴하게 사용하였죠. 또, 많은 프로젝트에서 인터뷰 대본을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대체하였는데, 업무의 효율도 높아지고, 클라이언트 측에도 더 효과적인 전달이 가능하다는 점을 배웠습니다.
3. 변수가 많은 UT
UT설계자(리드 에이전시)와 모더레이터(로컬 파트너)가 동일인물이 아니고, 세팅 환경으로 인한 다양한 변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파일럿을 통해 발생 가능한 다양한 위험요소를 최대한 예측하고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실제 세션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생기는데요. 여분의 장비나 no-show(잠수)를 대비한 floater세션(추가 세션을 미리 확보 후, no-show가 없으면 일부 금액만 지급하고 세션은 진행하지 않습니다.)을 통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플랜 B가 있어야 합니다.
- 녹화 기기가 여유롭지 않다면 핸드폰으로 음성 녹음이라도 하는 것이 좋습니다.
- 장비 더미에 물을 쏟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마지막 프로젝트에서는 인터뷰이가 탄산수를, 그 전 프로젝트에서는 필자가 피시에 물을 쏟았으나, 다행히 여분의 맥북으로 이어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휴…….)
4. 마무리하며
세계적인 기업인데, 뭔가 기계번역 느낌의 텍스트가 잔뜩 쓰여 있거나, 기능이나 메뉴 이름을 이해하기 어려워서 짜증이 났던 분들이 있나요? 인터뷰를 하면서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이런 부분에서 해당 기업이 우리나라 고객들을 신경 쓰지 않아 브랜드 자체에 실망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 순수 한국어가 많이 없다는 것도 새삼 느껴졌고요.
글로벌 진출을 고려할 때, 단순히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의 UX가 아닌, 브랜드 관점의 UX를 객관적으로 진단해보고 개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현지 시장에서의 반응이 싸늘하다면, ‘현지화’ 관점의 사용자 조사를 해보는 것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