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역사 산책 1] 디자인과 삶의 철학

2014. 3. 13. 00:36리뷰
알 수 없는 사용자

따뜻한 봄을 향해가고 있는 2월 말, 서울대학교 디자인 학부 김민수 교수님께서 진행하는 ‘디자인 역사 산책’ 강의 시리즈의 첫 문을 열었습니다. 총 6번에 걸쳐 진행되는 ‘디자인 역사 산책’ 강의는 김민수 교수님과 함께 디자인의 역사를 배우면서 디자이너로서 갖추어야 하는 자세와 삶과 철학을 이해하는 시간입니다.


1주 : 디자인과 삶의 철학
2주 : 독일 바우하우스와 근대성
3주 : 1930년대 식민지 근대 공간과 이상의 시
4주 : 이탈리아 디자인의 역사와 인본주의
5주 : 일본 디자인의 역사와 디자이너들
6주 : 한국 디자인의 역사와 과제들


이번에 진행된 첫 번째 강의는 앞으로 펼쳐질 강의에 대한 전반적인 오리엔테이션 시간이었습니다. ‘디자인과 삶의 철학’을 주제로 디자인 역사를 배우기에 앞서 어떤 자세로 역사를 배워야 하는 가를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영화 ‘아바타’의 유명한 명대사 ‘I see you’를 한 번 쯤은 들어봤을 것입니다. ‘I see you’ 의 뜻은 1차원적인 단순한 ‘보다’의 의미가 아니라 ‘이해하다/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역사를 공부하는 자세도 ‘I see you’와 같습니다. 하지만 그냥 아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체성을 가지고 역사를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이 더 중요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디자인은 1988년 올림픽 이후로 26년동안 경제 발전에 있어 급속도로 성장했습니다. 그럼에도 일본식 도안 양식화 기법을 답습해 형식주의 차원에서 내용과 맞지 않는 형식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한 시대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철학 없이 유행에 맞춰 즉각적인 만족을 위한 디자인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우리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갖고 제품과 어우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수님은 좋은 디자인을 위해서는 사용자의 맥락에서 한 단계씩 차곡차곡 디자인을 정제시켜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디자이너의 디자인 철학을 잘 녹여낸 예로는 디터 람스와 BRAUN의 관계를 볼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디터 람스는 유행과 경기 여파에 상관 없이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명확히 내세운 제품으로 디자인을 정제 시킨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BRAUN의 디자인은 시간의 누적 과정이 제품에 녹아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잘 고수했기 때문에 BRAUN의 제품들은 50년이 지난 지금도 다른 디자이너의 영감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BRAUN사는 세계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굳건히 자신만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http://www.lifeedited.com/built-dieter-rams-tough/
김 교수님은 많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좋은 시도와 노력의 사례가 있다고 하십니다. 최근 도시와 공공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 도시만의 특색을 살리는 아이덴티티를 정립하기 위해 지자체들이 많은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한국의 문화 정체성을 디자인에 담으려는 노력도 눈에 띕니다. 최근 바뀐 통영의 도시브랜드 슬로건에서 우리나라의 순박한 멋과 통영의 지역 특색을 적절히 녹아든 디자인을 볼 수 있습니다.

통영의 브랜드 슬로건. 이미지 출처 : http://www.tongyeong.go.kr/01about/01_02_03.asp
통영의 로고는 많은 섬과 바다를 이루어진 통영의 모습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통영의 글자가 새겨져 있는 로고는 통영의 섬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있습니다. 통영의 브랜드 슬로건은 도시 아이덴티티에서 통영 지역의 풋풋함, 역사를 자연스럽게 녹여낸 좋은 디자인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교수님은 살아있는 생명의 에너지가 느겨지는 디자인을 하기 위해선 우리가 가진 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어야 한다고 강조하십니다. 예쁘게 꾸미는 것은 환경미화일 뿐이지 디자인이 아닙니다. 우리의 삶과 철학이 담겨야 생명의 기운이 느껴지는 디자인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운이 담긴 디자인을 위해서는 사회 공동체가 서로 신뢰와 믿음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다양한 문화를 쉽게 접하고 소비하는 21세기에서 우리의 중심을 잃지 않고 우리의 삶과 철학이 담긴 디자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씀을 강조하시면서 ‘디자인 역사 산책’의 첫 번째 강의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마치며..
우리가 볼 수 있을 때, 우리 또한 보여질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John berger

교수님이 말씀하신 위의 미술 평론가 John berger의 말처럼 혼란스러운 현대에 디자인이 어떤 역할과 기능을 해야하는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디자인을 하기에 앞서 제대로 볼 수 있는 능력을 어떻게 갖추고 나의 정체성은 무엇이며, 현재 어떤 우리가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등을 생각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남은 강의에서도 역사를 듣는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주체적인 시각을 가지고 역사를 내것으로 만드는 노력을 꾸준히 해야겠습니다.

ⓒ 김민수,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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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디자인역사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