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8. 27. 01:00ㆍUX 가벼운 이야기
2013년 5월 포스팅된 '디자인 비전공자로 UX하기(http://story.pxd.co.kr/696)’를 보면 UX에 관심이 많지만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의 고민에 대한 답변이 나와 있습니다.
저 역시 막연히 UX에 관심이 많았던 디자인 비전공자라 이 글을 읽으며 심심한 위로를 얻었던 것 같은데요. 하지만 막상 pxd에 입사하고 나니 대부분의 구성원이 디자인 전공자인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이 부분에 논란의 여지는 있습니다. 디자인을 복수전공한 미대출신 분들이 본인은 디자인 전공자가 아니라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렇게 세분하다 보면 디자인 전공자의 비율이 많이 낮아지긴 합니다.)
저는 학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올해 1월 pxd에 입사했습니다. 회사 내에서도, 주위 친구들에게도 어떻게 하다가 이 분야로 들어오게 되었는지 종종 질문을 받습니다. 여러 번 대답을 하면서 문득 답변내용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사의 다른 디자인 비전공자들은 어떻게 이 길로 들어서게 되었을까. 저 말고도 궁금해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 pxd 내 디자인 비전공자들 중 3명(심리학, 도시계획학, 경영학 전공)의 이야기를 소개해 봅니다.
Q. 어떻게 UX디자인(또는 HCI/서비스 디자인) 분야를 알게 되었나?
Q. 입사 전 활동 중 UX디자인과 관련있는 활동은 무엇이 있었는지?
Q. 포트폴리오 준비는 어떻게 했는지?
Q. 같은 전공 친구들 중에 UX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가 있는지?
Q. 자신의 전공과 UX디자인의 관련성은 수치(10점 만점)로 표현한다면 어느 정도? 어떤 요소들이 관련이 있다고 느끼는지? 업무 중에 자신의 전공이 활용된다고 느낄 때는?
Q. 언제 자신이 디자인 비전공자라는 걸 느끼는지?
Q. pxd에 지원하게 된 계기와 과정은?
Q. pxd에 들어와서, 혹은 UX를 시작하고 나서 실망한 점?
Q. 다시 고3으로 돌아가더라도 지금의 전공을 선택해서 UX디자이너가 될 것 같은지?
Q. 어떻게 UX디자인(또는 HCI/서비스 디자인) 분야를 알게 되었나?
심리학 전공자 (이하 ‘심리') :
대학교 3학년을 마쳐갈 무렵 알게 됐다. 학과 내에서 심리학을 공부한 분의 UX디자인에 관한 강연이 있었는데, 직접 듣진 못했지만 이런 분야도 있다는 것에 호기심이 생겼다. 어릴 때 부터 디자인에 대해 관심은 있었지만 그저 예쁜 것에 대한 동경이었다. 디자인은 ‘그림 그리는 미술’이라고 생각만 했었고, 특별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UX에 대해 좀 더 알게 되고, 디자인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라고 느꼈을 때, 내가 공부해 온 것과 관심 분야였던 디자인을 접목 시킬 수 있는 매우 흥미로운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도시계획학 전공자 (이하 ‘도시’) :
2011년, 포털사이트 디자이너의 개인블로그에서 UX라는 단어를 접하게 되었다. UX 개념에 대해 정리한 글이었는데 내 성향과 잘 맞는 일이라고 느꼈다. UX디자이너가 하는 일이 정말 탐났지만 디자이너의 분야이며, 나는 디자인 전공이 아니기 때문에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취업을 준비하면서 내가 정말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결정해야하는 시점이 왔고 처음엔 단순히 상품기획/서비스기획으로 준비했다가 타협점이 아닌 진짜 내가 원하는 것에 도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 달 정도 나 자신을 찬찬히 뜯어보며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
그 시간을 통해 내가 발견한,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은 '더 나은 무언가를 만드는 것’ 이었다. 그것은 ‘새로운 서비스'이기도 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수렴지가 ‘UX디자인'이었다. 불편한 문제를 발견해서 고쳐주거나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것, 이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다. 처음엔 전공을 버린다는 게 무서웠지만 UX디자인의 개념에 대해 알아가면서 확신을 얻었고 우연히 알게된 이 분야에 뛰어들게 되었다. 원래는 생각만 가득하고 좋아하는 것만 좇는 몽상가였는데 하나씩 계획하고 실천으로 옮겼다.
경영학 전공자 (이하 ‘경영’) :
2012년 여름, 지인이 서비스디자인 수업을 듣고는 "너한테 잘 맞을 것 같아"라고 말해 주었다.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없던 건 아니었는데 평범한 수준이었고 그 때까지 내가 생각한 디자인은 시각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내가 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사용자의 경험을 디자인한다’라는 UX의 개념이 막연했지만 신선하다고 생각했다. 경영학에서는 사람을 ‘고객’이라고 부르는데 UX분야에서는 ‘사용자’라고 부르는 게 마음에 들었고 이 분야에 대해 더 알고 싶다고 생각했다.
Q. 입사 전의 활동 중 UX디자인과 관련있는 활동은 무엇이 있었는지?
심리 :
처음 이 분야를 접했을 땐 UX 관련 책을 읽어 보거나 웹에서 관련 블로그와 매거진을 찾아봤다. 학교에서는 소비자학과나 경제학과, 디자인과 등의 전공 수업을 찾아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은 수강했다. (아마 이 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던 것 같다.) 당시 우리 학교에는 UX 관련 수업이 전혀 없어서 외부 활동의 필요성을 더 크게 느꼈고 UX라는 주제가 있는 곳을 찾아 다녔다. 그 후에는 매 주 서울에 올라와서 관련 세미나나 교육을 듣고 스터디에 참여했다. 실제 경험과 공부가 필요하다고 느낀 뒤에는 장기 교육에 참여하면서 프로젝트를 수행해 보는 경험을 가졌다.
(참고 : 'UX 교육 과정 선택하기(http://story.pxd.co.kr/713)’)
도시 :
학교생활에서 전공만 중점적으로 파기 보다는 좋아하고 관심가는 것들을 이것 저것 배웠다. '내가 정말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이 뭘까'를 찾아서 방황했던 것 같다. 심리학, 뇌과학, 기호학 등의 교양이나 타이포그래피, 컴퓨터 그래픽스 같은 디자인전공 수업도 들었다. 연계전공을 하며 경영학 관련 수업도 몇가지 들었는데 그 중 소비자행동론을 정말 재미있게 들었다.
UX디자인을 업으로 삼겠다고 결심한 후엔 대학원 진학을 고민했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 한 채 진학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직접 경험한 후 판단하는 성격이라 현업에 있으면서 강의를 하시는 강사님을 컨택하여 3개월동안 UX디자인을 직접 해보면서 배웠다. 리서치, 모델링, 서비스를 기획하며 일주일에 한 번씩 결과물을 발표하느라 매주 밤을 샜다. 분야에 대한 무지함을 메우기 위해 관련 서적을 많이 읽었다. 그 시간들이 유익했다고 생각한다.
UX디자인을 가르쳐주신 분은 “UX는 단순히 똑똑하기만 한 사람이 아니라 탁월한 사람이 해야 한다”고 말하는 완벽주의자였는데 그 기대치를 따라가느라 힘들긴 했지만 UX방법론을 실제로 익히고 특히 생각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던 좋은 기회였다.
그 후에는 디자인다이브(Designdive) 녹색생활편에 참가하고, UX 스터디모임인 플럭스(PLUX http://pluxstudy.tistory.com/)에 가입하여 활동했다. 플럭스에서는 여러 방법론을 실제로 적용해서 기획을 해본다. 간단하게 리서치와 프로토타이핑도 하고, 말도 안되는 결과물이 많이 나오긴 하지만 그래서 좋았다. 상상력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어 재미있는 곳이라 생각한다.
UX관련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으니 신기하게도 뭔가를 ‘같이 해보자’고 제안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이 분야에 들어왔을 땐 정말 막막했는데 지금은 주위에 이 분야에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이들과 함께 만든 경험들로써 나의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었다.
경영 :
처음으로 UX에 대해 알게 된 여름방학 때는 관련 블로그를 읽으면서 웹서핑을 많이 했다. pxd 블로그도 챙겨봤고 가을 학기에는 디자인과 연계 수업을 들으면서 디자인과 학생 2명과 팀으로 한 학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교수님의 렉처는 거의 없고 매주 조별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교수님 피드백을 받는 방식의 수업이었는데 경영학과의 수업과 완전 다른 발표 방식(ex. 우드락보드에 스케치와 과정을 모아 발표하기)이나 교수님의 가이드(ex. 더 말도 안되는 것들로 출발해 봐!) 등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함께 듣는 수업이라 정규 디자인과 수업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디자인 전공자들을 알게 된 게 큰 수확이었던 것 같다. 디자인 분야의 암울한 이야기도 많이 들었지만, 여전히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4학년을 마치고 봄학기를 휴학하면서 마케팅 쪽으로 인턴 지원을 하는 한편 디자인다이브(Designdive) 민원실 편에 다이버로 참가했다. 디자인다이브 활동을 통해 서비스디자인 방법론을 활용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면서 이 분야가 더욱 재밌어졌다.
이전 대학 생활에서의 패턴을 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뭔가를 해보고 난 뒤 대체로 그 분야에 질려서 ‘이건 내 길이 아니군’하고 깨닫는 경우가 많았다. UX분야는 계속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게 스스로도 신기했다. 여름에는 디자인/융합 관련 학회인 디마 스튜디오(DEMA studio http://www.thedemastudio.com)에 가입해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친구들과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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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포트폴리오 준비는 어떻게 했는지?
심리 :
디자인 분야를 접하면서 당혹스러웠던 것 중 하나가 바로 포트폴리오다. 그 전까지는 '포트폴리오'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고, 물론 어떻게 만드는 지, 왜 만드는 지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잘 만든 것을 따라서 만들어 보는 게 도움이 됐다. 그러다 보면 파워포인트의 한계에 부딪혀 저절로 인디자인이나 포토샵, 일러스트를 배우게 되고 나를 표현하는 가장 적합한 포트폴리오 스타일을 찾아가게 되는 것 같다. 또 꾸준히 만들어서 지인들에게 피드백을 받는 것도 좋은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포트폴리오에 들어 갈 경험들을 통해 내가 어떤 성장을 했느냐인 것 같다. 무엇을 느끼고 배웠는 지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어야 하고 어떤 경험을 했는지 일목요연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시 :
포트폴리오 고민으로 밤을 많이 샜다. 디자인 전공자는 수업시간에 했던 작업들을 쓸 수 있지만, 비전공자는 그러한 소스가 전혀 없다. 포트폴리오 소스를 만들기 위해 여러 활동에 참여하고 작은 아이디어라도 모았다. 그 중 몇 개를 내 색깔로 발전시켜 채워 나갔다. 내용은 혼자 계속 다듬어나갔고 시각적으로 부족한 점은 주변의 디자인 전공자들의 피드백을 받으며 보완해갔다. 포트폴리오는 키노트로 완성했다. 일러스트레이터로 시작했다가 익숙지 않은 내게 너무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깨닫고 내 선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게 그거였다. 그래도 전공자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결과물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경영 :
포트폴리오는 정말 막연했다. 익숙한 단어긴 한데(투자 분야에서 분산 투자의 의미로 사용된다) 전혀 다른 개념이었다. 일단은 주변 디자인 전공자들에게 개념을 물어보고 예시파일을 받아보면서 포트폴리오가 도대체 뭐고 왜 준비해야 하는 건지 알아보았다. 그리고 나서 나에게 익숙한 툴인 파워포인트로 내가 진행한 프로젝트의 흐름이 보이도록 만들었다. ‘문제 - 해결 과정 - 결과’의 흐름을 따라서 정리하려고 노력은 했는데, 지금 보면 그냥 일반적인 보고서 형식이다. 포트폴리오 소스는 디자인과 수업에서 했던 프로젝트와 서비스 디자인 프로젝트를 활용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경영 관련 동아리에서 했던 프로젝트도 포트폴리오화할 수 있을 것 같다.
Q. 같은 전공 친구들 중에 UX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가 있는지?
심리 :
거의 없다. 심리학과 전공자는 대체로 대학원에 진학한다. 임상이나 상담 등 심리학에서도 세부 전공을 정해서 깊이를 쌓고 나서 진로를 결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도시 :
없다. 친구들은 UX디자인에 대해 잘 모른다. 주로 부동산, 금융, 자산관리 쪽에서 일한다. 처음에 진학할 때 '도시계획 = 공간디자인'이라고 생각했다. 건축 비슷한 걸 배울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상위개념을 다뤘다. 난 내가 생각하는 것을 직접 만들어내고 싶었는데 도시를 만드는 것은 내 아이디어를 담기엔 너무 큰 그릇이었다. 하핫.
경영 :
없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이 분야 자체를 생소해 한다. 그나마 IT 관련 회사나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친구들 정도가 이 분야에 대해 아는 것 같다. 그렇지만 요즘에는 경영학과 친구나 후배들 중에 디자인 분야에 관심있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Q. 자신의 전공과 UX 디자인의 관련성을 수치(10점 만점)로 표현한다면 어느 정도? 어떤 요소들이 관련이 있다고 느끼는지? 업무 중에 자신의 전공이 활용된다고 느낄 때는?
심리 :
프로젝트 성격에 따라 수치가 다르다. 특히 심리학은 순수학문이기 때문에 활용하기 나름이다. 실험 설계나 심리학 통계를 배우면서 연습했던 추론법이나 논리전개 방법들은 전반적으로 관점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인터뷰를 할 경우에는 상담/임상 실습했던 경험을 떠올리기도 했는데 관련성이라는 건 어떻게든 관련을 지으려면 가능은 하겠지만 업무에서 제대로 활용한다는 건 두 분야(심리학, UX)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깊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시 :
3점 정도? 사실 직접적인 관련은 거의 없다. 그래서 처음에는 학부 때 배운 걸 다 버리는 것 같아서 아깝기도 했다. 하지만 간접적으로 꽤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도시계획학에서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더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그에 따른 법규와 제약을 정한다. 지금은 더 좋은 경험을 위해 사용자가 접하는 인터페이스를 디자인 하는데 도시를 만드는 것이나 인터페이스설계나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범위가 다를 뿐 맥락은 같은 것 같다.
경영 :
5점 정도인 것 같다. A/B테스트나 여정맵 같은 방법론은 경영학 분야에서도 쓰는 방법론이다. 그렇지만 학부 시절에 이런 방법론을 심도깊게 활용해 본 적은 없어서 새롭기는 다른 디자인 방법론이랑 비슷하다.
경영학부 시절의 경험은 학습력과 문제해결력에 기본기를 갖추게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기업에 대해 케이스 스터디를 하고 다양한 자료를 찾던 경험이나 전략을 세우면서 논리에 대해 고민했던 것, 다양한 사람들과 팀프로젝트를 하면서 누군가와 함께 일하는 방식을 배우는 것 등등… 또 나도 모르게 항상 시장성에 대해 고민하는 관점은 장점이자 단점이다. 클라이언트의 비즈니스를 생각하면 꼭 필요한 관점이긴 한데 사용자의 입장에 공감하기에는 방해가 되는 것도 같다.
Q. 언제 자신이 디자인 비전공자라는 걸 느끼는지?
심리 :
아이디어를 시각화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초반에는 이런 과정이 어색했다.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낯설었기 때문인데 이런 경우에는 다른 방식으로(글이나 말) 표현을 보완하거나 그림 그리기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또 좋은 그림과 잘 정리된 디자인 레퍼런스를 많이 보면서 완성도의 기준을 찾고 높이려고 노력 중이다.
대학교에서의 전공은 나를 설명할 수 있는 수 많은 타이틀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어디에서든 실제로 '일'을 하게 되면 다시 새로운 기술을 익혀야 하고 새로운 환경을 배워야 한다. (모든 직업이 그렇고, UX 디자이너도 그렇다.) 그랬을 때 같은 출발점에서 출발 한 두 사람의 실력이 차이를 가진다면 이것이 대학교에서의 '전공' 때문은 아닐 것이다. 물론 배경 지식과 타고난 능력이 빼어나다면 훨씬 더 수월하거나 익숙한 방식으로 실력을 키울 수 있다. 하지만 도착점에 '빠르게' '도착'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배운 것을 '내 것'으로 만들고 성장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나를 계속 이끌기 위한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내가 비전공자이기 때문에 더 보완하면 좋을만 한 점은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을 것 같다. 이런 점을 채워 나가는 건 개인의 몫이고, 여기서 전공이라는 개념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도시 :
일을 하기 전에는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같은 툴에 약하므로 난 비전공자이며 이 부분에서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실무(리서치, 기획, UI디자인 등)를 하면서 비전공자로서 괴리감을 느낀 적은 없다. 디자인을 했냐 안했냐 보다는 UX디자이너들이 갖는 태도나 디자인적 관심으로 교집합이 묶이는 것 같다. 기본적인 디자인 이해도와 디자인 트랜드에 꾸준히 스스로를 노출시키는 게 중요한 듯 하다.
경영 :
시각화 능력(스케치나 슬라이드 구성)이 확실히 떨어지는 걸 느낄 때나 다들 안 좋은 디자인이라고 하는데 나만 왜 안 좋은 것인지 모른다고 생갈될 때 디자인 비전공자라는 걸 느낀다. 또 최근에 프로젝트를 하면서 (예를 들어, 물통에 대한 프로젝트였다고 한다면) 나는 프로젝트를 하면서 물통에 대해 많이 알게 되니까 나중에 물통 한 번 팔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반면, 팀원 중 디자인 전공자는 물통 제품 디자인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관점이나 성향의 차이가 가끔씩 느껴지는 예랄까. 입시미술 경험담이나 야작 이야기는 마치 남자들이 군대 다녀온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기도 하다.
Q. pxd에 지원하게 된 계기와 과정은?
심리 :
UX를 공부하기 시작할 때 pxd도 알게 됐는데 그 당시에는 정말 내가 디자인 전문 기업에서 일할 수 있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공부해 본 뒤 이 분야로 더 실력을 키우고 싶어 진다면 그 땐 pxd에 지원해 보고 싶다고 생각만 했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확신으로 바뀌어 갈 때 쯤 공채가 있었다.
도시 :
pxd는 다른 회사보다 다양한 전공의 사람들에게 오픈된 곳이라고 들었다. 계속 눈여겨 보던 회사였는데 기회가 찾아왔고 작년 10월부터 인턴 생활을 하게 되었다. 인턴으로 지내면서 '여기서라면 내가 발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걸 맘껏 하는데 그로 인해 내가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 기뻤다. 학교에 다닐 때 새로운 기술이나 앱서비스에 열광하고 공간, 디자인 등 전문잡지를 하루종일 보고 있으면 주변 친구들한테 넌 도대체 맨날 뭐하냐는 질문을 받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 내 발전으로 연결된다는 것이 기쁘다.
경영 :
pxd는 블로그를 통해 항상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다. 2012년 말에 공채 공지를 보고 지원해볼까 고민도 했었는데 그 때는 아직 이 분야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고 포트폴리오 개념도 모르고… 무엇보다 내가 이 일을 하고 싶은 건지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어떤 회사인지 궁금하긴 해서 작년 휴학 기간에 무작정 인턴 지원을 해보았다. 처음에는 인턴이 필요한 일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는데 여름에 다시 한 번 문의를 하니 그 때는 운좋게 필요한 곳이 있었다. 인턴으로 일하면서 배울 것이 많은 회사라는 생각이 들었고 가을 공채에 지원해서 올해 1월부터 일하게 되었다.
Q. 피엑스디에 들어와서, 혹은 UX 분야를 시작하고 나서 실망한 점?
심리 :
아직 딱히 없다. 생각 만큼 심리학을 직접적으로 활용하기 어렵다고 느꼈지만 그 이유가 내 능력인지 학문 간 융합의 한계인지 판단하기엔 이른 것 같다. (어쩌면 아주 적극적인 시도를 아직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망 할 것조차 없을 지도 모른다.) 지금도 어떻게 하면 전공과 UX 분야를 접목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고 그 가능성이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UX에 대한 실망이 될 지 내 의지에 대한 실망이 될 지는 나중에 알게 될 것 같다.
도시 :
아직은 없다. 다만 내 자신의 부족한 점을 계속 계속 깨닫게 되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항상 든다. 지금까지는 스펀지처럼 넓고 폭넓게 다양한 것을 흡수하기만 했다면 이제부터는 적어도 하나의 전문성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동안은 정성적이고 주관적인 인사이트를 어떻게 하면 더 잘 찾아낼 수 있을까에만 집중했는데 요즘엔 데이터 분석도 재미있고 내가 생각하는 것을 구현 해보고 싶기고 하다. HCI에 대해 더 깊이있게 이해하고 싶고, 작은 시작이지만 Code.org에서 아이들을 위한 20시간 코스도 이수했다. MOOC를 통해 관심분야의 강의도 들으면서 배워가고 있다. UX디자이너라는 업을 선택한 후에도 그 안에서 내가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부분을 찾아 계속 방황하는 중이다. 꾸준히 방황하며 경험치를 쌓아가다 보면 그 안에서 다시 하나의 전문성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UX디자인은 Work = Love 가 될 수 있는 흔치 않은 분야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 본 Joe Stewart라는 디자이너가 트위터에 이런 말을 했다. ‘there are no masters of UX......... yet’. 그만큼 끝이 없고 어렵다는 의미이니 더 강한 열정이 있어야하지 않을까 싶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직 대표님과 일 할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다.^^.
경영 :
‘UX 분야가 막연하게나마 좋을 것 같아 시작했는데, 막상 해보니 별 거 아니더라'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길 들었다. 막연하게나마 좋을 것 같아 시작한 사람들 중의 하나가 나인데 막상 시작은 했지만 아직도 막연해서 별 거 아니다 뭐다 말 할 수가 없다. 좀 더 다양한 성격의 프로젝트를 경험해 본 후에 이 질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싶다.
UX에 대해 막연하게 기대하는 점들 중 혁신성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있는 것 같다. 열심히 사용자리서치를 하고 착실하게 프로젝트를 진행해도 혁신적인 것을 도출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애초부터 혁신이라는 것이 정답이 없고 어려운 것이라는 걸 생각하면 비단 UX분야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실망을 한다는 건 처음에 가졌던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인데 어떤 분야든 뭔가 거창한 걸 기대하면 실망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기대를 낮게 하거나 그 기대를 채우기 위해 본인이 좀더 노력해야하지 않을까. 결국 선택은 내가 하는 것이고 실망을 한다면 회사나 도메인이 아니라 그 선택을 한 나에 대한 실망일 것 같다.
Q. 다시 고3으로 돌아가더라도 지금의 전공을 선택해서 UX디자이너가 될 것 같은지?
심리 :
과거로 돌아간다면 심리학이나 신경 생리학 분야를 더 공부하고 싶다. UX 분야와의 접점에서 심리학이 할 수 있는 역할에 관심이 많은데 지금은 그 두 분야 모두 공부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두 분야에 대한 경험과 지식의 깊이가 깊어지면 그런 부분에 대한 통찰도 가지게 될거라 생각한다.
도시 :
심리학(HCI와 연계된)을 깊이 있게 공부하거나 컴퓨터 사이언스를 기본으로 하는 UX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요즘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어떤 건지는 알아야 될 거 같아서 조금씩 독학으로 공부하고 있는데 진작에 배웠다면 좋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경영 :
아마 그랬을 것 같다. 여전히 경영학은 재밌고 흥미로운 분야다. 아직은 경영학과 UX의 접점에 대해 명확히 이거다! 하는 것은 없다. 그렇지만 둘 다 내가 배우고 싶은 관점이기 때문에 경영학을 배우긴 할 것 같다. 만약 다시 대학 생활로 돌아간다면 좀 더 경영학을 열심히 공부하거나 마케팅, 컨설팅 쪽에서 인턴 경험을 가져보고 싶기도 하다. 지금은 이도 저도 아닌 것 같아 조금 슬플 때가 있다.
글을 마치며
두 사람의 인터뷰와 제 스스로의 경험을 돌아보니 어느 정도는 비슷한 과정이 있었습니다. 세 명 모두 어떤 계기를 통해 이 분야를 접하고 관심을 갖게 된 후, 실제로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찾아보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다음 기회로 연결된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막막하고 주위에 물어볼 사람도 별로 없지만 관심을 가지고 이리저리 기웃거리다 보니 다들 어디선가 동앗줄 하나를 찾은 경험이 있네요.
서론에서 언급했던 ‘디자인 비전공자로 UX하기’ 글의 댓글 중에 "UX분야는 전공자/비전공자라는 것이 없는 유일한 분야”라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유일한' 분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전공자/비전공자의 구분이 크지 않다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pxd 블로그 포스트 가장 아래에는 항상 “블로그 글은 각 개인의 생각이며 피엑스디와 다를 수 있습니다.”라는 글이 붙습니다. 이번 글은 더욱 이 글을 강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글에 실린 개인의 인터뷰는 그저 각 개인의 이야기일뿐, '이렇게 하면 디자인 비전공자가 UX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가 아닙니다. 다만 뭔가는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글을 마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진로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