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기술과 비즈니스의 만남 Part 3

2013. 5. 27. 00:07리뷰
알 수 없는 사용자

이번에 소개할 책은 적정기술에 관한 국내 전문가들이 함께 펴낸 책, '인간 중심의 기술 적정기술과의 만남'입니다. 일반적으로 피엑스디에서 책을 읽고 소개했던 것과 달리, 책의 저자분들께 각자 저술한 부분에 대한 직접 소개를 부탁드렸습니다. 그 세 번째로, 김정태 대표님의 글입니다.

Part 1. 적정기술과의 만남 | 홍성욱
Part 2. 적정기술과 디자인의 만남 | 정인애
Part 3. 적정기술과 비즈니스의 만남 | 김정태




"실패하지 않을 적정기술을 위해"
적정기술과 비즈니스의 만남

적정기술은 기술의 수준에서의 적정이 아닌, 사용자가 누구든 해당 사용자의 역량에 맞춤된 기술이란 점에서 '하이터치'를 구사하는 인간 중심의 기술이라 할 수 있다. 기술이 아닌 사용자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적정기술은 그 어떤 기술보다 수요자 중심, 그리고 그에 연계된 시장 중심의 특성과 연결이 된다.


'적정기술은 죽었다'라고 선언한 적정기술의 대가
폴 폴락(Paul Polak)은 적정기술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이다. 한국에도 한 차례 방문한 적이 있는 폴 폴락은 2007년 자신의 블로그에 '적정기술은 죽었다'(Appropriate Technology is Dead)란 글을 발표했다. 세계의 많은 적정기술 전문가들과 활동가들을 당혹스럽게 한 이 글의 핵심은 사실 폴 폴락이 글의 부제로 삼았던 '시장을 고려해 설계하라'(design for the market)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현란한 컨셉 디자인과 기술 중심의 보급에 그칠 경우 적정기술은 결국 실패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 폴 폴락은 '시장에서 팔리는', '사용자가 구매하고 싶은' 기술을 고안해 시장의 힘을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라리아 모기장 이야기
말라리아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인명 손실을 초래하는 심각한 국제 이슈 중 하나이다. 말라리아를 없애기 위해 모기를 퇴치하는 비누, 모기가 싫어하는 주파수를 발생하는 태양광 충전 라디오, 모기가 싫어하는 향을 피우는 방법 등 다양한 적정기술 접근이 개발되어 왔다. 그 중에 가장 효과적인 접근은 살충 효과가 지속되는 모기장이다. 하지만, 말라리아를 퇴치하는 모기장은 시장을 감안하지 않고 활용될 때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무료로 공급되는 모기장은 현지에 구축된 모기장 유통 체계를 교란시킨다. 해당 지역에 무료로 모기장이 유통되기에, 현지 점포나 소매상들은 모기장 유통을 중단한다. 보급된 모기장이 수명을 다할 즈음, 현지인들은 유통이 중단된 모기장으로 더 큰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 모기장을 보급한다 하더라도 외부의 모기장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생산 업체가 생산하도록 돕거나, 현지 유통되는 모기장을 활용할 경우 이러한 문제는 방지될 수 있다. 이 사례에서 보듯이, '시장을 왜곡한 적정기술'은 궁극적으로 적정기술이 아닐 수 있다.


적정기술과 비즈니스의 만남
적정기술 운동의 또 다른 선구자인 마틴 피셔는 "적정기술 운동이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경제학의 기본 규칙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라고 말한 바 있다. 경제학의 기본 규칙은 다름 아닌 '수요와 공급'에 있다. 수요를 파악하고 수요에 기반하지 않은 채, 현지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선량한 마음으로부터 시작된 공급자의 열정은 오히려 현지에 어려움을 가져올 확률이 높다. 『인간중심의 기술 적정기술과의 만남』 중 '적정기술과 비즈니스의 만남'은 적정기술이 비즈니스로 연계될 때의 유익과 더불어 어떤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한지를 캄보디아에서의 솔라 쿠커(solar cooker) 사례로 설명하고 있다.

적정기술에는 특별히 비즈니스 연계성이 강력한 특성을 가진 분야가 있는데, 이러한 적정기술은 일반인에게 대표적인 적정기술로 알려진 Q-drum이나 LifeStraw, OLPC(일명 100달러 노트북) 등과 같은 외부 보급형·문제 해결형 적정기술이 아니다. 현지에서 비즈니스 모델로 활용이 가능한 분야는 수익 창출형·비용 절감형의 특징을 갖되 현지 제작이 가능한 적정기술로서 대표적인 예는 태양광충전기(solar charger), 점적관개시설(drip irrigation system), DIY 생리대(sanitary pads) 등이다. 해당 특성의 적정기술이 구체적으로 어떤 비즈니스 모델로 연계될 수 있는지는 책을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적정기술과 비즈니스의 만남을 시작하려면
국내에서든 개발도상국에서든 적정기술과 비즈니스를 연계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제품의 디자인이 완성되기도 전에 먼저 확인해야만 할 것이 있다. 다음의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적정기술과 비즈니스의 만남은 시작된 것이라 할 수 있다.

* 대상 계층의 일반적인 소득과 비용구조는 어떻게 되는가?
* (개발도상국) 현지에서 유통되는 닭고기 값은 어떻게 되는가?
* (개발도상국/선진국) 비슷한 기능의 제품/기술의 시장 유통가격은 어떻게 되는가?
* (선진국) 공공기관/지자체에서 관련된 예산이나 보조금이 책정된 것이 있는가?
* 그리고 당신이라면 구매할 정도의 매력을 느끼는가?

김정태는 유엔사무국 산하기구인 유엔거버넌스센터에서 팀장으로 근무하면서 적정기술을 처음으로 접했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비즈니스 관점에서 적정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국내 적정기술의 담론을 확산하는데 기여한 『소외된 90%를 위한 디자인』(에딧더월드)의 기획·발행인, 『적정기술이란 무엇인가?』(살림)의 공저자이며, KOICA와 특허청 등에서 적정기술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헐트국제경영대학원에서 사회적기업가정신을 공부했고 현재는 사회혁신 투자컨설팅 MYSC 이사이다.
[참고##적정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