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소 UI 신입사원을 위한 Must Have_5 Items_첫번째

2010. 11. 19. 13:08UX 가벼운 이야기
알 수 없는 사용자

한 분야의 대가로서 쓰는 글이 아니라, 이제 조금 쓸만해져가는 한 명의 면수습으로서, 시행착오 끝에 공유하고싶은 작은 노하우 입니다. 따라서 내용도 제가 좋아하는 만화책 주인공에 비유하여 제 멋대로 썼으니 비난은 사절, 격려는 고맙겠습니다!

[차례 - 완소 UI 신입사원을 위한 Must Have_Items]
1. 복사기 - 보는 즉시 기술을 훔치는 요령
2. 스카우터 - 한눈에 프로젝트 돌아가는 상황 뽑아내는 요령
3. 슬램덩크 - 무조건 목표부터 설정하는 요령
4. 고잉메리호 - 팀원들을 믿고 활용하는 요령
5. 폭주족 오토바이 - 상대방의 진심을 읽어내는 요령
특별부록 - 기획도 디자인도 위트와 철학이 있어야!

어떤 만화책은 스케일이 커서 십여년간 마르고 달토록 연재하는 시리즈물이 있습니다.
그 중에 특히 '열혈강호'는 저와 반평생을 함께한 친구고, 저도 주인공 '한비광'과 함께 20세기 무림고수를 꿈꾸며 성장하였죠.


무술 초보 '한비광'에게는 남들에게 없는 한가지 특별한 능력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보는 즉시 따라하기'입니다.

 말도안돼! 저런 초보가 천마신공을 펼치다니!!!
       사실은 고수일지도 몰라.

초보가 어쩌다 보고 베낀 무공으로 고수들을 사시나무 떨듯 당황케 만들고, 그 틈을 타 도망칩니다.
저는 이런 꼿꼿하면서 비굴한, 개뼉다구같은 인물 설정이 너무 좋았습니다.

'인간복사기'


그런데 UI 기획자라면 약간의 요령으로 인간복사기가 되는 경험을 해 볼 수 있습니다.
즉, 선임들과 클라이언트를 놀래켜 줄 수 있습니다.

 말도안돼! 신입이 이런 기획서를 쓰다니!!!
       사실은 고수일지도 몰라.

그 비결은 다름아닌, "주어진 일과 유사한 선례를 찾아 베낀다." 입니다.

보통 신입사원과 함께 일하며 자주듣는 말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였습니다.
당연합니다. 관련된 모든 프로세스가 머리 속에 있지 않는이상 그건 어려운 일이니까요. 태어나서 처음하는 생경한 회사생활과 당장 주어진 눈 앞에 프로젝트의 압박 때문에 신입들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이리저리 휘둘리기 쉽습니다.

어느 때든지 스스로 휘둘린다는 생각이 들면, 한발한발 프로젝트에 맞춰 전체 프로세스를 익혀갈 생각일랑 접고, 호흡을 멈춘뒤 '한비광'처럼 어설프게라도 한방에 프로젝트를 파악하세요.


1. 사내에서 유사한 선례를 찾는다.
지금 바로 세운 회사가 아니라면, (특히 PXD처럼 10년묵은 분재같은 회사라면..) 분명히 이전에 수행했던 유사한 프로젝트의 각종 산출물이 널려 있습니다. 아예 똑같은 프로젝트도 허다합니다. 제대로 된 기획서 2-3개만 찾아내면, 당신은 이미 겉보기로는 해당 프로젝트 고수가 됩니다. 무공비급을 얻는 셈이지요. 케케케케케!
일의 전체 맥락과 다음 해야할 일, 전체 스케줄 등이 한눈에 파악되기 때문입니다.

저도 이 방법으로 짭짤한 재미를 보았습니다. 사내에서 몇 년전에 수행했던 프로젝트의 후속 프로젝트를 맡았는데, 그 기획서를 싹 머릿속에 넣어놓고, 회의 때마다 '예전 OO프로젝트에서는 그건 이렇게 처리했으니까. 이렇게 하는 게 좋겠네요." 라며 풋내기 임에도 나름의 소신을 펼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후임들에게 이전 프로젝트를 찾아서 보라고 하면, 대충 보고 '잘했네, 훈늉하네'하며 그냥 말아버립니다.
아 이게 무슨 타이거 우즈가 동물원 우리에 갖혀 지르는 포효 입니까!!!
-바로 베껴야 합니다.


2. 베낀다!
예전 문서를 그냥 갖다 쓰십쇼.
베낄게 많습니다. 제안서, 회의록, 초안기획서, 리크루팅 기획서, 퍼소나 모델링방식, 전략기획서, 워크플로우, 프로토타입. 그냥 가져다가 시작하십쇼. 그 기획서에 몇 일, 몇 달에 걸쳐 한 노하우를 두-세시간 만에 습득할 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도 다른 사람의 기획서를 가져다가 토씨만 바꿔서 씁니다. 심지어 괜히 양식만들고 이럴 시간을 확 절약해줘서, 투입 시간대비 빠른 높은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즉 10시간 들여 만들 양식을, 마음을 가다듬고 30분 동안 서버를 뒤져서 1-2시간 만에 만들어 내지요.


문서는 회사의 소유이고, 저는 회사와 계약을 맺고 마음대로 쓸 권한이 있습니다. 또한 제대로 쓸 의무도 있죠. 대부분의 회사 프로세스는 유사합니다. (특히 PXD처럼 유도리없이 명확한 프로세스를 가진 회사라면...) 즉, 내가 선임들에 비해 내공으로는 못 따라가더라도, 선례를 통해 비슷하게나마 형식을 갖출 수 있습니다. 기획서를 사람으로 치면 그 성품이나 어눌한 말투는 그렇다 쳐도 양복은 입혀줄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양복입은 사람 말은 보통 잘 먹힙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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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떤 소년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고 전재산을 탈탈 털어 미국행 배표를 구매 했습니다. 하지만 그 소년은 더 이상 밥먹을 돈이 없었습니다. 오랜 항해를 오로지 물로 버티던 소년은, 배위에서 굶다가 탈진했습니다. 더이상 못 참겠다 싶어 갑판 요리사에게 음식물 쓰레기라도 달라고 구걸했습니다.
그런데.. 갑판 요리사가 하는말.
"손님! 배값에 매일 제공되는 부페식 값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입사를 한 이상,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있습니다. 예전 학생 때 습관대로 세미나나 책을 찾아가며 구걸하듯 실무지식을 쌓지 않아도. 사내에는 직원에게만 보안이 열려있는 금쪽같고 구체적이고 써먹을 수 있는 사례가 널려있습니다. 그것을 찾아서 누리는 것은 본인의 몫입니다.

'한비광' 처럼 자신만의 복사기를 가져야 합니다. 언제나 빠르게 선례를 복사해 내십쇼! 그러면 다들 당신의 탁월함에 감탄할 것입니다. 무공비급을 얻는 간절한 심정으로, 하이에나의 눈으로 회사 서버를 보셔야 합니다.


다음 번에는 한 방에 프로젝트를 장악하는 '스카우터' 에 대해 글을 쓰겠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샬롬~.